북한이 대남적화통일 노선을 추종하는 국내 단체 조직원들에게 반미 투쟁, 반보수 투쟁, 반일 감정 확산 활동을 지시하는 등 여론 분열을 시도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북측이 하달하는 지령에 유튜브 침투나 인터넷 괴담 유포, 2030세대 포섭이 포함되는 등 한국 사회 변화에 맞춰 북한 대남공작도 진화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검찰은 “북한이 사회 갈등 조장을 끊임없이 시도 중인 사실이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15일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총책 황모(60)씨와 정모(44)씨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및 범죄단체 활동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자주통일 민중전위’(이하 자통) 소속 정씨는 황씨와 공모해 2019년 6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고 ‘김정은 충성결의문’을 제출한 혐의, 공작금 7000달러와 지령을 받은 혐의도 있다.
국가정보원은 2016년 3월부터 자통 관련 내사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11월 국정원과 경찰은 황씨 등 4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수사 결과 이들은 5년간 수십 차례 반정부 투쟁, 촛불시위 개최 등 ‘대남혁명전략’ 지령을 받았다. 북한은 대통령 선거 등 국내 정치 일정에 맞춰 구체적 투쟁 지침도 내렸다. 일례로 2021년 4월 당시 ‘윤석열 후보 대망론’이 제기되자 북한은 자통 댓글팀에 “‘대망론은 보수난립을 노린 여당의 술책’이라는 괴담을 유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서울 한·미 정상회담 당시에는 “반미자주의식을 높이기 위한 투쟁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자통은 그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당시 ‘외교참사’ 등 내용을 담은 카드뉴스를 제작해 SNS로 배포하기도 했다. 북한은 특히 같은 해 11월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자 ‘제2의 촛불국민대항쟁’ 등을 통해 퇴진 요구 투쟁을 전개하라는 지령도 내렸다.
북한은 대남공작에 유튜브와 인터넷도 적극 활용했다. 2019년 6월 자통 조직원들에게 보수 유튜브 채널 회원으로 가입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댓글을 게시하라고 했고, 2021년 5월에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괴물고기 출현’ 괴담을 인터넷에 유포하라고 지시했다.
학생·노동자 단체에 침투해 젊은층을 포섭하라는 지령도 하달됐다. 북한 대남공작사업 총괄기구인 문화교류국은 민주노총의 2030세대를 포섭하라고 지시했다. 젊은 조합원은 정치투쟁보다 생존권 해결에 집착하기에 노동운동 침체가 우려된다는 진단도 내렸다. 공안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6월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진행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무단 점거 농성에도 관여했다. 자통 조직원들은 노조 요구사항 및 파업 관련 수사 진행 상황을 북측에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과 자통은 스테가노그래피 프로그램(기밀 정보를 암호화해 숨기는 기법)을 이용해 문서를 암호화한 뒤 외국계 클라우드에 올려 공유하는 식의 통신방법을 썼다. 자통은 북한 공작원을 접선할 때 미리 약속한 상호 인식방법을 사용했고, 발각 시 이동식 저장매체(USB)를 부숴 삼키자고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난 2월 구속된 뒤 검찰의 출석 요청에 단 한 번도 응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명백한 증거로 확실히 입증된 최소한의 범죄사실을 기소했다”고 말했다.
임주언 신지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