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의 막내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며 교회도 열심히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원하던 교사도 되었고, 착한 남편을 만나 아들도 낳는 등 소망하는 일은 모두 뜻대로 이뤄졌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며 상황이 달라졌다. 백일까지 밤낮이 바뀌고 우유도 잘 먹지 않고 자지러지듯 울곤 했다. 몸의 발달도 느려 두 돌이 지나도 걷는 것이 서툴고 엄마, 아빠란 말도 겨우 했다. 모든 면에서 다른 아이들과 너무 차이가 나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러다 셋째 출산과 함께 직접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육아휴직을 했다. 시부모님이 청각 정밀검사를 권하여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에 오히려 실망이 되었다. 차라리 청각에 이상이 있으면 고치든가 보청기라도 끼면 될 텐데 하는 소망까지 사라졌다. 뇌검사를 위해 MRI도 촬영해 보았지만 역시 이상이 없었다. 그러다 서울의 어느 소아청소년과에서 단순 언어 지체니 언어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막내를 업고 운전을 하여 힘들게 언어 치료를 다녔지만 그것도 헛수고였다.
장난감 놀이도 하지 않고, 커서도 세 발 자전거도 못 타자 놀이치료를 시작했는데 앉으라 하면 앉고, 이름을 부르면 어눌하게 ‘예’하며 대답해 작은 소망이 보였다. 하지만 선생님이 이사를 가서 계속하지 못하자 미술치료, 심리치료, 음악치료, 감각 통합치료를 위해 이곳저곳을 헤매고 좋다는 한약도 많이 먹였지만 도무지 좋아지지 않았다. 3년 휴직은 끝나 가는데 아이는 변화의 기미가 없어 마음은 더욱 초조해지고 눈물만 나왔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간 대학병원에서 더 이상 좋아질 가능성이 없는 지적장애 1급의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고통에 힘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언젠가 TV 방송을 보고 첫째와 막내를 시댁에 맡기고 멀리 한의원에 다니며 끔찍한 침도 맞고 고액의 강사료의 수영, 스트레칭, 헬스 등 재활치료도 했지만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이름을 바꿔 보라는 소리에 철학관에서 개명도 해 보고 기독교 치유집회에도 찾아다녔다. 절에 가서 108배를 하고 기치료까지 했지만 소용없이 체력까지 고갈돼 결국 모든 치료를 내려놓았다. 성인이 되었지만 2~3살 수준으로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 상태는 호전되지 않고 남편은 일 핑계로 툭하면 늦게 귀가하니 몸과 마음은 벼랑 끝에 섰다. 지치고 외로운데다 우울, 절망, 염려가 쌓여가며 죽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때 불현듯 아이가 아픈 것이 내가 지은 죄로 하나님께서 벌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무서워졌다. 날마다 지옥 같은 삶을 살던 어느 날 친한 친구를 통해 한마음교회 수련회에 참석했다. 그때 내 귀를 의심할 정도의 충격적인 말씀을 들었다. ‘예수 믿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죄’라는 것이었다. 치유집회에 갔을 때 먼저 엄마가 죄를 회개해야 한다는 말에 3박 4일간 끝도 없이 나오는 지난 날의 죄를 회개하느라 죽을 뻔 했는데 예수님을 믿지 않은 죄가 바로 회개해야 할 죄라는 말씀은 오히려 힘들었던 마음을 한방에 풀어주었다.
오래 교회를 다녀도 확실한 믿음이 없었던 것은 내가 주인 되었기 때문임이 알아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태복음 7장에서 입술로만 ‘주여, 주여!’ 하는 자가 바로 나를 향한 말씀이었다. 이어서 부활이 믿을 만한 증거라는 말씀에, 막혔던 마음이 한순간에 뻥 뚫렸다. 그동안 제자들의 믿음은 당연한 줄 알았는데 그들이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릴 때 모두 도망을 갔다가 부활을 본 후에야 180도 바뀐 모습을 보며 성경에 나오는 많은 사건 중의 하나, 1년에 한 번의 행사였던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됐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이셨다. 드디어 내가 주인 되어 살았던 그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셨다.
마음에 기쁨이 임하며 아이의 치료는 물론, 놀랍게도 ‘내가 죽으면 이 아이는 누가 돌볼 것인가?’ 하던 염려와 두려움까지 다 내려놓았다. 도우미가 종일 아이를 돌보고 나는 퇴근 후부터 아침까지 정성으로 돌보며 고통도 아픔도 없는 하늘나라에서 영원히 함께 살 생각에 매순간 기쁨과 사랑을 아이에게 쏟아 부었다. 달라진 내 모습에 아이도 놀랍게 변하기 시작했다. 침도 덜 흘리고 불안감도 줄어들고 괴성도 사라지며 잠도 꿀잠을 잤다. 환경에 적응도 잘하여 예배도 기쁘게 드리고, 학교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친구가 되었다.
하나님의 입장에서 아이를 바라보니 모든 것이 감사하다. 걸어다녀 감사하고, 잘 먹고, 잘 자서 감사하고, 부모를 좋아하니 감사하고, 형과 동생이 있어 감사하다. 여행할 수 있어 감사하고, 예배 잘 드리니 더욱 감사하다. 아이를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되고 힘들어도 날마다 감사한 삶을 살게 되었으니 아이는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파송한 천사가 분명하다.
더 이상 치료를 위해 헤매지 않는다. 방과 후 재활운동만 하고, 주일에는 함께 기쁘게 예배드린다. 학교에서는 주님이 부어주시는 사랑으로 가르치며 복음을 전하고 동료교사에게, 이웃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하는데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이를 통해 모든 것을 바꿔 주시고,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조봉예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