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꿈 성취하고도 찾아오는 공허함과 답답한 마음… 부활 믿고 기독 동아리 세워 학원 복음화 이뤄

입력 2023-03-20 03:04

6.25때 월남하신 부모님은 강해야 살아간다며 우리 5형제에게 운동을 시켰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복싱을 배우다가 중학교 때 특별활동 유도반을 선택한 것이 내 인생을 결정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선배들이 건방지다고 윽박지르며 맞기 싫으면 서클에 가입하라고 했다. 순간, 굴욕감을 참지 못해 우두머리를 순식간에 때려눕혔다. 그래도 괘씸하여 한 명씩 찾아가 모두 제압했고 중학교 2,3학년 때엔 각 중학교에서 힘깨나 쓰는 아이들도 모두 때려눕혔다. 그러면서도 공부도 열심히 해 명문고에 입학하며 체육인으로 크게 성공하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나를 꺾기 위한 패거리의 공격은 그치지 않았다. 그들을 반드시 이기기 위해 가라테의 고수를 찾아가 필살의 공격법을 터득해 결국 지역의 모든 고등학교 1인자들을 제압했다.

대학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시계점 기술자인 형이 술김에 특수기관 직원 두 명을 폭행했는데 그 기관 사람들 여럿이 트럭을 타고 와서 다짜고짜 시계점을 때려 부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다 부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다. 실컷 부수었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자 주춤하는 순간, 아버지의 돌격 명령이 떨어졌다. 삼형제가 동시에 돌격하여 닥치는 대로 때려눕혔다. 몇 분 만에 거의 쓰러졌고 나머지는 도망을 갔다. 얼마 후 상급자가 와서 우리가 정말 학생이었냐고 묻더니 형과 나는 대학생, 동생이 고등학생인 것을 확인하고 쉽게 마무리 됐다.

그 후 싸움판은 춘천을 넘어 인근 지역까지 넓어졌다. 짜릿한 승리감은 있었지만 그때마다 공허감이 몰려왔다. 고1때 유도로 전국체전 4강에 진입했고, 국립사범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해 체육교사가 됐다. 승부사 기질은 선수 지도에 큰 도움을 주어 유도, 복싱, 레슬링, 태권도 등의 제자들이 전국대회에 입상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복싱을 담당할 때엔 싸움만 하는 말썽꾸러기들을 모아 무적의 선수로 키워 5년간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이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을 5개 이상 따면 지도교사와 선수들을 매년 제주도 여행을 보내준다고 약속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결국 전국소년체전에서 복싱과 역도에 금메달만 8개를 따는 기적을 일으켰다. 약속대로 매년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고 노력은 계속돼 교사 25년 만에 교감으로 승진했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쁨을 잠시 누렸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밤마다 찾아오는 공허함과 가족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답답한 마음은 나날이 커졌다. 그때 형님의 강력한 권유로 교회에 나갔다. 겨우 주일만 지키던 어느 날 마귀가 가롯 유다의 마음에 예수를 팔려는 생각을 넣었다는 말씀에 딱 멈추었다. ‘마귀가 생각을 집어넣었다고? 그렇다면 우리 학생들이 겪는 우울증, 자살, 폭력, 게임중독 등이 마귀가 넣어주는 생각 때문인가?’ 그렇다면 제정신으로 살아갈 사람이 아무도 없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결국 나는 마귀에 속아 종노릇했구나!’ 비로소 내가 왜 싸움의 화신이 되었는지, 꿈을 성취하고도 왜 공허했는지가 선명해지며 예수님을 만나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그러다 대학생수련회를 기점으로 목사님이 초대교회를 세운 복음은 오직 예수님의 부활밖에 없다는 말씀을 집중적으로 선포했고, 공동체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부활을 통해 굴복되는 놀라운 역사가 계속 일어났다. 초대교회 성도들이 큰 확신으로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며 순교까지 한 이유를 고민하며 의뢰하던 중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핍박하던 사울의 변화와 제자들의 삶을 정확히 보여 주셨다. 이유는 단 하나, 예수님의 부활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예수님이 정말 부활하셨구나. 창조주 하나님이 나를 살리기 위해서 이 땅에 오셨구나!” 예수님은 하나님이고 나의 주인임이 선명히 비춰졌다. 내가 하나님이 되고 싶은 악한 중심 때문에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며 예수님과 상관없이 살아온 내 삶이 보였다.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 모셨다.

교장 발령을 받은 얼마 후 인터넷 기사에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국에 유학간 아들이 교통사고로 양 팔과 두 다리를 잃고 얼굴도 화상을 크게 입었는데 엄마가 놀랄까봐 친구의 얘기처럼 전화로 얘기했더니 ‘그 애는 살아서 안 되겠다. 나 같으면 자살해 버리겠다.’는 엄마의 말에 바로 다음 날 자살했다는 것이다. 순간, 학교의 기강을 바로 잡겠다고 문제 학생들을 단호하게 전학을 보낸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하나님 앞에 통회하고 새 학기에 성경연구반을 만들어 부적응 학생 80여 명을 모아 학교 관계자의 동의를 받아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토요일엔 교회 분들 25명이 지원해 찬양을 하고 뜨거운 말씀 교제로 많은 학생들이 하나님 품으로 돌아오고 문제 학생도 급격히 줄었다. 1년 후 교육장으로 발령을 받고 학교장들에게 협조와 동의를 얻어 학교별로 기독 동아리를 세웠고 문제 학생들도 놀랍게 줄어들었다. 교육장을 끝으로 퇴임하던 날 복음으로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어 무당에서 그리스도인으로 변화된 분의 40분짜리 간증 동영상을 보여 주며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자유인이 된 지금 바울처럼 항상 주님과 동행하며 복음을 전하는 일에 나머지 삶을 모두 바치리라 다시 다짐한다.

김경로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