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 30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치해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조성한다. 핵심 인재 양성과 투자 유인 강화를 통해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무역수지가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키우지 않고는 미래가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국가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2042년까지 경기도 용인시에 조성되는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 국내외 우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및 반도체 설계 기업 등 최대 150개 기업을 유치한다. 반도체 클러스터 입주 기업에는 취득세·재산세 감면,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특화단지 용적률은 일반 산단보다 1.4배 확대 적용된다.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근접 지역에 소부장 기업이 자리 잡아 기술·정보 이동이 자유로운 생태계가 구축되는 게 큰 이점이다. 또 정부는 2026년까지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미래차·바이오·로봇 등 6대 분야에 550조원 규모의 민간 주도 투자를 유도하기로 했다.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계획’은 미래 첨단산업 발전과 국토 균형 발전을 동시에 이루기 위한 것이다. 15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사실상 전국이 대상 지역에 포함돼 있다. 삼성은 지역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향후 10년간 60조원을 투자한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첨단산업은 핵심 성장 엔진이자 안보 전략 자산이다. 일자리, 민생과도 직결된다. 최근 글로벌 현장에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다. 반도체에서 시작된 경제 전쟁터가 배터리, 미래차 등 첨단산업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각국은 첨단산업 제조 시설을 자국 내에 유치하고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파격적 투자에 집중하는 게 좋은 예다. 첨단산업이 경제안보 차원의 미래 전략 자산이 된 상황에서 우리도 뒤처질 수 없다. 한국은 수준 높은 제조 역량과 기술력에 비해 정부 지원과 규제 완화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청사진은 나왔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을 도와주는 역할을 다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 이제는 신속한 추진이 필요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가 첨단산업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 법안도 이른 시일 내 통과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