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를 내건 정부의 압박에도 점검 대상의 약 27%에 달하는 86개 노조가 끝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15일부터 과태료 부과 절차에 돌입하고, 다음 달 중순부터 현장조사도 병행하기로 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하며 과태료 부과 이의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맞받았다.
고용노동부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를 보고하지 않은 노조 86곳을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 절차를 개시한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고용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 노조와 연합단체 319곳에 회계자료 비치·보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애초 점검 대상은 334곳이었으나 15곳은 해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부가 요구한 증빙자료는 관련 서류 표지 1장과 속지 1장이었다. 제출 시한이었던 지난달 15일까지 정부 1차 요구에 따라 자료를 낸 노조는 120곳(36.7%)에 그쳤다. 이에 고용부는 2주간의 시정기간을 줬고, 지난 13일까지 최종적으로 233곳(73.1%)이 자료 제출을 완료했다.
‘서류 미제출’로 분류된 86곳 중 한국노총 소속은 32곳, 민주노총 소속은 39곳, 상급단체가 없는 미가맹 노조는 15곳이다. 속지 없이 표지만 제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류를 아예 내지 않은 곳은 한국노총 3곳, 민주노총 2곳, 미가맹 노조 3곳으로 집계됐다.
고용부는 15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미제출 노조를 대상으로 과태료 부과 사전통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달 중순부터는 회계자료 비치·보존 의무 점검을 위한 현장 조사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물리력을 행사하며 현장 조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하는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양대 노총은 회계자료의 속지 제출은 거부하겠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자료 제출 근거로 내세운 노조법 14조는 조합원에 대한 의무이지 정부에 대한 의무가 아니다”며 “월권적이고 위법한 운영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은 다음 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과태료 부과 조치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서울 마포구 건설노조 수도권북부본부 사무실과 김모 본부장, 본부 산하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모 사무국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서남지대장 우모씨 등 건설노조 간부 3명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약 2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거나 조합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우씨에 대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나머지 건설노조 간부 2명에 대한 영장은 기각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월 양대 노총 건설노조 등 14곳의 압수수색을 신호탄으로 대대적인 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종=박상은 기자, 성윤수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