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마저 “시대에 역행” 반발… ‘주 69시간 근로제’ 결국 속도조절

입력 2023-03-15 04:07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가능한 근로시간 개편안이 청년세대를 비롯한 사회 각층의 반발을 부르자 정부가 황급히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당정은 “MZ세대의 의견을 청취해 개편안을 보완하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현장 간담회 개최 등을 통해 여론을 설득하고 대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그러나 ‘연장근로시간 유연화’라는 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보여 장시간 근로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일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주간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 시간을 노사 협의에 따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정 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되,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을 통해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시간 결정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계 시각은 다르다. 특히 젊은층마저 “시대에 역행하는 제도”라고 날선 목소리를 내면서 ‘MZ세대는 근로시간 유연화를 원한다’고 했던 정부를 난처하게 했다.

‘MZ 노조’의 모임인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지난 9일 의견문을 내고 “한국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보다 공휴일이 많은데도 평균 근로시간이 긴 이유는 연장근로 상한이 높고 연장근로를 자주하기 때문”이라며 “주 52시간제의 법 취지도 안착되지 않았는데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현재도 장시간 근로가 만연한 데다, ‘눈치 보지 않는 휴가’를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정부안이 현실성 없다는 지적이다.

IT노조 역시 “일이 많을 땐 연장 근무와 휴일 근무까지 하고, 쉴 때 길게 쉰다고 하는 건 기계를 돌릴 때나 쓸 수 있는 말”이라고 비판했었다. 노조가 없고,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선 사측의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어 사용자 재량권만 늘려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개편안의) 큰 프레임은 변화가 없다”며 정책 원점 재검토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고용부도 장시간 근로에 대한 ‘비현실적인 가정’으로 오해가 생겼다는 입장이라 제도 보완은 미세 수정에 그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6일 국회에서 MZ노조 등과 토론회를 열고 현장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법정 근로는 주 40시간인데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한 52시간을 기준으로 ‘경직성’을 말하는 것이 문제”라며 “개편안의 전향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