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민일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시중·국책·지방·인터넷전문은행 20곳의 채권·주식 등 보유 총액은 595조4200억원에 이른다. KB국민은행 80조2000억원, 신한은행 80조1000억원, NH농협은행 71조1000억원, 하나은행 67조5200억원, 우리은행 66조2800억원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채권·주식 등 보유액만 365조2100억원이다.
이외에 IBK기업은행(65조8000억원), KDB산업은행(55조8000억원)도 각각 50조원을 넘겼다. 토스뱅크(17조6000억원), 수출입은행(16조700억원), 한국씨티은행(12조1100억원), SC제일은행(10조7700억원)의 채권·주식 등 보유액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권의 채권·주식 등 유가증권 투자 성적표는 마이너스다. 국내 은행 20곳은 관련 투자에서 지난해 3분기 말까지 4000억원 누적 손실을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만 놓고 보면 적자 규모는 8900억원으로 더 컸다. KB국민은행(-5700억원), 우리은행(-2100억원), 하나은행(-1800억원) 순이다. 신한은행은 1700억원 흑자다.
SVB의 경우에도 채권·주식 등 보유 비중이 높았다. 고객의 갑작스러운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하던 미국 국채 등을 팔기로 했는데 최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린 탓에 18억 달러(약 2조45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뱅크런(예금 등이 한꺼번에 인출되는 현상)이 발생했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SVB가 파산한 이유가 유동성 부족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국내 은행권에 적용 중인 LCR 규제 정상화 유예 조치를 한 차례 더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CR이란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높은 자산을 1개월간 빠져나갈 외화만큼 쌓아두도록 하는 규제다. 금융당국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은행권의 실물 경제 지원을 쉽게 하기 위해 85%까지 일시적으로 낮췄던 LCR 규제를 오는 6월 말 정상화할 예정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SVB 파산 사태로 인해 세계 금융 시장이 경색될 우려가 크다”면서 “국내 은행권이 유동성 위기를 겪지 않도록 LCR 규제 정상화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