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14일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처음으로 2% 이상 급락했다. 대외 리스크가 커지자 이머징마켓인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14일(현지시간) 발표되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주가 급락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56%(61.63포인트) 하락한 2348.97에 마감했다. 코스닥도 3.91%(30.84포인트) 내린 758.0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대 하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28일(-2.24%) 이후 처음이다.
증시 급락에 대형 우량주 주가도 줄줄이 흘러내렸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1.67%)는 물론이고 LG에너지솔루션(-2.66%) SK하이닉스(-3.80%) NAVER(-3.17%) 등 시총 50위권 종목들 가운데 SK텔레콤과 카카오페이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안정적인 횡보세를 거듭하던 코스피가 갑자기 급락한 배경에는 미국발 금융불안 정세가 있다. 주말 새 미국 은행업계 16위 SVB에서 뱅크런이 일어나 파산하며 위험자산에 대한 공포가 커졌다. 미 연준과 재무부가 개입해 예금 전액을 보증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전날 또 다른 은행인 시그니처은행마저 무너지며 공포 심리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증시 급락은 외국인투자자들이 주도했다. 오후 4시 기준 개인투자자와 기관은 각각 5649억원, 26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은 6383억원을 팔아치우며 국내 증시를 이탈했다.
미 연준이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지도 시장 참여자들의 주된 관심사다. 증권가는 2월 CPI 수치에 따라 연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발표된 2월 CPI는 시장 전망치와 유사한 연 6.0%로 집계됐다.
증시 급락세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저금리 시대에 호황을 누렸던 스타트업·벤처기업 시장을 시작으로 버블이 터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처럼 추가적인 파산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공포감 때문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SVB가 미국 은행권 전체를 대변하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면 시스템 리스크가 번질 확률은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