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는 이미 취업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당장 올해 취업자 수는 지난해 대비 10만명가량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2년 뒤 취업자 수가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를 늘리고 외국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등 고용 촉진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41만1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가 늘긴 늘었지만, 증가 폭은 7개월 연속 줄고 있다. 지난해 6월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84만1000명 늘었는데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서 대면 서비스업 등 업종의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수출 부진 등 경기 둔화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취업자 수 증가 연 10만명 안팎 그칠 듯
문제는 장기적으로 취업자 수에 영향을 미칠 생산연령인구 감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취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10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과 김도완 거시경제연구실 과장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연평균 7만~12만명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박사의 보고서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진다 해도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은 것보다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 공급 증가 추세의 둔화에 기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이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가 올해 취업자 증가 수를 당초 12만명가량에서 1만8000명 감소시킨 10만명이라고 내다봤다. 처음으로 올해 인구증가(+15만1000명)보다 고령화 등 인구구성(-16만9000명) 변화가 취업자 수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취업자 수 감소는 시작됐다. 지난 1월에는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취업자 수 감소 폭이 5만3000명을 기록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 구조 영향에 따른 취업자 수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노동인구’ 비중 감소
취업자를 구성하는 연령이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전체 인구에서 상대적으로 경제활동 참여도가 낮은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핵심노동인구(30~59세)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핵심노동인구 비중은 2012년 정점에 도달한 후 감소세로 전환했다. 특히 40대 취업자 수는 감소 추이가 뚜렷하다. 4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12월 5만7000명, 지난 1월 6만3000명이 줄었는데, 취업자 수보다 인구 수가 감소한 탓이 크다.
미래 핵심노동인구인 청년층(15~29세) 비중도 줄고 있다. 2022년 5월 기준 청년층 인구는 859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0만4000명(-2.3%) 감소했다. 15세 이상 인구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0%선이 무너져 2022년에는 19.0%에 그쳤다. 15세 이상 인구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인구 증가에 따른 취업자 수의 자연적인 증가를 반영하는 인구수 변화 기여도도 증가 폭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취업자 수 감소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지금과 같은 추이라면 2023~2027년 중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후반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을 0.2%포인트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대, 외국 인력의 활용도 확대 등의 고용 촉진책을 통해 취업자 수를 연평균 8만~10만명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도 제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술 진보 등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없다고 가정할 때, 대부분 OECD 국가의 1인당 실질 GDP가 2050년까지 평균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제활동인구 늘리려면
경제활동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여성과 고령자, 외국인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당장 출산율을 높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산과 양육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은 여전하고, 고령층은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외국인 인력도 서비스업에 치중돼 있고, 전문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규제 완화 작업은 더딘 실정이다.
정부는 최근 맞벌이 부부 육아휴직 기간을 부부 1명당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육아휴직 대신 일하는 시간을 주당 15시간 이상~35시간 미만으로 줄이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의 대상 자녀 연령 상한도 만 8세에서 만 12세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의 고령자 채용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기업 인센티브도 구체적이지 않아 반응은 시큰둥하다. 육아휴직 기간 연장은 한 아이에 대해 부부 모두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라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연장된 기간에 대한 급여도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고령자 취업 활성화를 위한 계속고용장려금·고령자 고용지원금도 일자리의 질보다는 양을 늘리는 데 치중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OECD는 ‘연령 포용적인 인력 활용 촉진’ 보고서에서 “고령자 리턴십(복귀 또는 재진입)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령자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다”며 “숙련된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기보다, 현재 근로자의 전문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평생학습 기회와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