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보완토록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근로자들, 특히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하라”고 말했다. 노동법 개정안은 1주일에 52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근로시간을 최대 69시간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겠다고 해 개정안은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뒤늦게나마 여론에 귀를 기울인 것은 다행이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 정부의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
개정안에 대해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은 휴식권 보장이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 주52시간제가 업종·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경직되게 운영된 점은 문제였다. 하지만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5번째로 길었다. 현재도 초과노동에 허덕이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고용부 조사 결과 2021년도 연차유급휴가 소진율은 평균 58.7%로 2018년(75.7%)에 비해 크게 후퇴했고 가장 큰 이유가 업무량 과다(39.9%)였다. 지금도 휴가 쓰기 어려운데 일을 몰아서 한 뒤 많이 쉬라는 개정안 취지가 근로자들에게 와 닿겠나.
윤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노동개혁 차원에서 주52시간제 개편을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주69시간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개정안이 불쑥 나온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동안 노동계의 우려와 반발에도 밀어붙이기로 일관하다 돌연 방향을 선회했다. 대통령이 ‘MZ 세대 의견’을 강조한 점에 비춰 MZ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최근 개정안에 반대한 영향을 받은 듯하다. 정권이 선호하는 노조 의견은 경청하고 거대 노조의 우려는 묵살하는 듯한 자세는 문제다. 노조 협력 없이는 근로시간 개편이 쉽지 않다는 점을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 추진에 있어 현장에서 나타날 문제를 예견하고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위해선 진영을 넘은 현장과의 소통이 필수다. 이번 시행착오가 기본으로 돌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