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비유] <2> 티와 들보

입력 2023-03-14 03:06 수정 2023-03-27 20:57
티와 들보(오트마르 엘리거 作).

눈 속에 들보가 있는 자야
네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 속에 티만 보며
그 티 빼라고 큰소리 치느냐

위선자야, 너 먼저
네 눈 속의 들보부터 빼어라
그러고 나서 눈이 잘 보여야
남의 눈 속의 티도 빼줄 수 있을 터

비난받고 싶지 않거든
남을 비난하지 말아라
네가 하는 그 비난으로
도리어 네가 비난받게 될 것인즉

정죄 받고 싶지 않거든
남을 정죄하지 말아라
먼저 용서하고 사랑으로 품으면
너도 용서를 받으리니

남의 눈속에 있는 티를 지적하기 전에 자기 눈속에 있는 들보부터 빼야 한다는 의미.

<해설> 산상수훈에 나오는 티와 들보 비유다.(마 7:1-5) 누가복음에도 같은 비유가 소개된다.(눅 6:37, 41-42) 여기서 ‘티’(헬, 카르포스)는 아주 작은 부스러기를 가리킨다. 탈무드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흠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석돼 있다. 진리를 크게 손상하지 않는 작은 실수다. 반면에 ‘들보’(헬, 도코스)는 대들보 또는 통나무를 가리킨다. 진리를 거스르는 큰 허물이나 죄를 가리키는 말이다. 예수님 당시에 외식(外飾)하는 위선적인 유대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큰 허물이나 죄는 도외시한 채 눈에 불을 켜고 다른 이들의 작은 실수나 흠을 찾아내어 신랄하게 정죄하곤 했다. 예수님은 이 같은 심각한 폐단을 다소 과장 섞인 ‘티와 들보’의 비유로 예리하게 지적하며 쉽게 일깨워주셨다. 물론 오늘날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가르침이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