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가 2년 동안 병역브로커와 공모해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속여 141일간 복무에서 무단 이탈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청 공무원들도 범행에 가담했다. 검찰은 3개월간의 수사 끝에 나플라와 그의 소속사 대표 라비(30·본명 김원식) 등 병역면탈자와 공범 137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13일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나플라가 병역브로커 구모씨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고 기획사 대표와 함께 병역면탈을 계획했다”며 “약 2년 동안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극심한 것처럼 가장해 병원 의사를 속였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나플라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허위 병무용진단서를 발급받아 소집 해제 및 재신체 검사를 수차례 시도했다. 또한 서울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141일간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구청 복무 담당 공무원 A씨와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 B씨 등은 나플라가 출근한 적이 없는 데도 정상 근무한 것처럼 공문서를 조작했다. 이들은 나플라가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잦은 지각과 조퇴·병가 등을 했다고 꾸민 뒤 소집해제 절차까지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들 금품 수수 정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정신질환을 가장한 나플라에게 속아 이후 절차를 진행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나플라와 A씨·B씨를 병역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하위직 공무원 3명 등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래퍼 라비도 뇌전증 환자인 것처럼 속여 병역면탈을 시도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병역면탈자는 108명에 이른다. 프로배구 선수, 배우 등을 비롯해 현직 의사와 의대생, 변호사·한의사 자녀 등이 포함됐다. 브로커와 직접 계약을 체결하거나 뇌전증 발작 목격자 행세 등을 한 전 대형 로펌 변호사와 한의사 등 20명도 함께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된 이들이 병역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구속 기소된 브로커 구씨와 김모씨는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의뢰인에게 의료기관과 병무청을 속일 수 있는 맞춤형 뇌전증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이들은 의뢰인의 경제 상황에 따라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억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구씨가 챙긴 수수액 13억8387만원, 김씨 수수액 2억1760만원 등 범죄수익 16억147만원 전액을 추징보전 조치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