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李 책임론’ 이어 탕평인사 요구… 친명 “너무 나가” 발끈

입력 2023-03-14 04: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측근 인사(전형수씨) 사망 사건의 후폭풍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이어갔고, 친명(친이재명)계는 “그게 왜 이 대표 책임이냐”고 받아쳤다.

친문(친문재인)계를 이끄는 3선의 전해철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의 무리하고 무도한 수사는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이 대표도 주변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왜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생기는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비명계 의원도 “이 대표가 자신의 전 비서실장(전씨)의 극단적 선택에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계 의원 모임 ‘민주당의 길’이 14일 ‘대선 1년 대한민국과 민주당’을 주제로 진행하는 토론회와 당내 최대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가 15일 이 대표와 갖는 간담회에서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거취에 관한 비판적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친명계는 비명계의 문제 제기에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일은 전적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며 “이게 왜 이 대표의 잘못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검찰의 극악무도한 수사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마저도 공격의 소재로 삼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명계에선 ‘탕평 당직 인사’ 요구도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전해철 의원은 “탕평 인사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지도부가 당대표와 너무 가까운 사람 일색으로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당대표가 많은 것을 내려놨구나’라고 생각할 정도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명계는 공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자리까지 내놓으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는 생각이 강하다. 한 친명계 핵심 의원은 “사무총장과 조직사무부총장을 내달라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비명 공천’을 하겠다는 얘기”라며 “이건 너무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명계 일부는 비극적 사건을 정파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당내 의견을 수렴 중인 지도부가 16일 의원총회에서 어떤 결과물을 낼지 우선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