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이 불에 탄 건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이 구속된 지 불과 3일 만이다. 노사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잇달아 터진 대형 악재다. 매출 신기록을 기록하는 등 ‘잘 달리던’ 한국타이어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타이어는 13일 전날 발생한 대전공장 화재로 결국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불은 타이어 약 21만개를 불태웠다. 이로 인한 손실만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장 내 주요 설비도 소실됐다. 업계에서는 정상가동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대전공장은 하루에 타이어 4만~4만5000개를 생산한다. 전체 생산량의 20% 정도다. 이 중 65%는 수출하고, 35%는 내수용으로 공급한다. 당장 생산이 멈추면서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국타이어는 국내외 다른 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로 물량 공급을 돌리는 등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직간접적인 손실액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1조7031억원 규모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다.
위기가 닥쳤지만 이를 컨트롤할 수장도 없는 상태다. 조 회장은 지난 9일 새벽 구속됐다. 200억원대 배임·횡령,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다. 화재 관련 상황을 구치소에서 보고받아야 하는 처지다. 노사갈등마저 악화일로다. 지난해 4월 시작한 임금·단체협상은 아직도 타결되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습적으로 작업을 중단하는 ‘게릴라 파업’을 벌이고 있다.
생산공장 화재, 회장 구속, 노사갈등 등 ‘3중 악재’로 인해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8조3942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기세를 살려 올해도 전년 대비 5% 이상 매출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테네시 제2공장도 증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야심 찬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타이어 제품을 공급받는 완성차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 상황을 살피면서 현재 재고 물량과 대체 공급처 등을 확인하고 있다. 신차 출고에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