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21만개 타며 불기둥에 검은 연기… 주민들 밤새 떨었다

입력 2023-03-14 04:07
전날 밤 화재가 발생한 대전시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제2공장에서 13일 오전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다. 특히 타이어가 불에 타면서 내뿜는 연기와 악취가 강풍을 타고 퍼져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화재 발생 13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쯤 큰불이 잡혔다. 소방당국은 타이어 21만개가 소실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

12일 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엄청난 크기의 불기둥과 검은 연기가 치솟아 오르면서 인근 주민들이 ‘공포의 13시간’을 보냈다.

불은 12일 오후 10시9분쯤 한국타이어 대전 제2공장 가류공정(타이어를 완성하기 전 고온에 쪄서 완제품으로 만드는 공정) 인근 컨베이어 벨트 하부에서 발생한 뒤 통로를 통해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오후 10시34분 대응 2단계, 13일 새벽 2시10분 대응 3단계를 각각 발령했다. 치솟는 불기둥 때문에 인근 고속도로 CCTV 영상이 대낮처럼 보일 정도로 강한 불길이 이어졌다. 더욱이 초속 3.7m의 강풍까지 불면서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공장 내 타이어가 불에 타면서 내뿜는 연기와 악취가 퍼지자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공장에서 나오는 연기를 직격으로 맞던 한 아파트는 모든 창문을 꽁꽁 걸어잠그고 연기 유입을 막으려 애썼다.

인근 커피숍·정육점 등 일부 점포는 13일 하루 임시휴업을 했다. 화재 현장 부근 중·고교 3곳은 휴업을 하거나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공장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국타이어 직원 김모씨는 “불이 나기 직전에 퇴근했는데 거의 밤을 지새웠다”며 “바람이 부는 방향이 바뀌면서 집에도 연기가 들이닥쳤다”고 호소했다.

강풍으로 고속도로와 인근 아파트 내 잔디밭과 화단에 불똥이 튀며 한때 불이 번지기도 했다. 특히 인근 아파트와 불길까지의 거리가 수백m에 불과해 주민들은 밤새도록 불안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화재 발생 약 13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 큰 불길이 잡혔다. 화재가 발생한 제2공장에는 창고 2개동에 약 43만개의 타이어를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타이어 40만개가 모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불에 탄 타이어는 21만개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 불로 공장 작업자 10명이 연기를 흡입했고, 소방대원 1명이 발목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강위영 대전 대덕소방서장은 화재현장 브리핑에서 “불은 대전공장 내 제2공장에서 ‘가류공정’의 타이어 성형 압출 기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