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vs 물가… ‘유류세 인하’ 딜레마 빠진 정부

입력 2023-03-14 04:05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리터당 1577원에 경유를 리터당 1527원에 판매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ℓ당 2100원에 육박하던 휘발유·경유 가격이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국제유가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유류세 인하를 시작했던 1년4개월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온 만큼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출구전략’을 고민 중이다. 줄어든 세수를 생각하면 인하 폭을 축소하고 싶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기름값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정부로선 부담이다.

13일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87원, 경유 가격은 ℓ당 1550원이다. 유류세 인하가 시작됐던 2021년 11월 둘째 주 가격(휘발유 1807원·경유 1603원)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휘발유는 지난해 6월 ℓ당 2137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후 25% 이상 하락해 1500원대에 안착했다. 경유는 16주 연속 가격이 하락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도 배럴당 8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80달러,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77달러에 거래됐다.

정부는 유가 안정 흐름을 감안해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휘발유와 경유에 각각 25%, 37% 적용 중인 유류세 인하는 다음 달 30일 종료된다. 정부는 지난 1월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을 37%에서 25%로 축소한 바 있다. 정부는 세수 감소 상황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국세 수입은 42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조8000억원 줄었다. 코로나19 세정지원으로 인한 이연세수 감소 효과(5조3000억 원)를 제외해도 1조5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한 것이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나 감소해 1조원 걷히는 데 그쳤다. 정부는 지난해 유류세 인하로 약 1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황인욱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유류세 인하는 비교적 단기간 내 물가 상승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나 세수감소뿐만 아니라 부정적 외부효과를 높일 수 있어 상시화하거나 장기적으로 채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물가다. 정부는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4.8%로 여전히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폭 축소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