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에 ‘돈줄’ 막힐라… 국내 IT업계도 촉각

입력 2023-03-14 04:07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에 있는 로고.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에 한국 IT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한국 기업들은 SVB 파산이라는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하면서 IT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 IT기업들은 SVB 파산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 여부를 점검 중이다.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한국 IT기업 가운데 SVB와 직접 거래를 하는 기업의 수는 적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피해를 본 기업들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파악에 들어갔다.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도 살펴보려 한다”고 밝혔다.

IT업계에서는 SVB가 벤처·스타트업에 특화한 은행인 만큼 한국 벤처투자시장의 심리적 위축을 유발할 것으로 본다. IT기업들이 벤처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돈줄’이 막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난해 벤처투자 금액은 6조7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전년보다 38.6%, 43.9% 줄었다.

투자심리가 크게 약해진 상황이라 외부충격이 줄 부정적 영향은 더 클 수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투자 규모가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더 위축시킬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사업을 준비하는 일부 IT기업들은 계획 수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감이 커지자 정부는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키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이 SVB에 예금을 예치하거나 투자받으려면 미국 법인을 설립해야 한다. 이런 방식을 택한 기업의 수가 적기 때문에 직접 피해 규모는 미미할 것이란 판단이다. 다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산업 전반이 위축할 가능성이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