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쯔충, 동양인 첫 여우주연상… ‘에브리씽’ 오스카 7관왕

입력 2023-03-14 04:07
홍콩 배우 양쯔충(양자경)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뒤 격정적인 표정으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남우조연상을 받은 키 호이 콴이 울먹이고 있는 모습. 키 호이 콴은 베트남 난민 출신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아카데미상(오스카)의 트로피를 거머쥔 주인공은 아시아계 배우, 난민 출신 배우였다. 홍콩 배우 양쯔충(양자경)이 동양인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손에 쥐었고, 베트남 난민 출신 배우 키 호이 콴이 남우조연상을 차지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앤 원스’(에브리씽)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 부문의 트로피를 차지하며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앞서 이 영화는 10개 부문·11개 최종 후보에 올랐다.

‘에브리씽’은 미국 이민 1세인 에벌린(양자경)이 다중 우주를 넘나들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이 겪는 현실적 고충과 세대 갈등을 SF 장르로 풀어냈다. ‘에브리씽’의 프로듀서 조너선 왕은 “정말 많은 이민자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셨다. 여기에 계신 모든 분이 그 이야기를 같이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시아계 배우로서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은 트로피를 받으며 “제 어머니께, 세계의 어머니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 그분들이 바로 영웅”이라고 말했다. 남우조연상은 ‘에브리씽’에서 에벌린의 남편 웨이먼드 역을 연기한 키 호이 콴이 받았다.

‘인디아나 존스’ 2편에서 아역으로 출연했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에브리씽’으로 아카데미상뿐 아니라 미국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배우조합상(SAG)을 비롯한 각종 시상식에서 60여개의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키 호이 콴은 무대에 올라 트로피에 입을 여러 차례 맞춘 후 어린 시절 베트남 전쟁으로 난민 생활을 했던 것을 언급했다. 그는 “긴 여정을 통해 이렇게 큰 무대까지 올라왔다. 사람들은 이런 스토리는 영화에만 나오는 거라고 얘기하지만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 아닐까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과거 ‘백인들만의 리그’라고 비판받았던 아카데미는 최근 몇 년간 아시아권 영화나 아시아계 배우가 등장하는 작품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관왕을 받은 것을 계기로 아시아권 영화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색채를 잘 드러내지 않는 아카데미로서 이례적인 수상작도 눈에 띄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살 시도를 다룬 ‘나발니’가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