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주요 당직 인선을 발표했다. 예상했던 대로 친윤계 전진 배치를 통한 윤석열 친정 체제 확립이었다. 사무총장에는 재선 이철규 의원을 임명했다. 이 의원은 이른바 윤핵관 4인방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친윤계 핵심 인사다.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부총장에도 역시 친윤계인 박성민·배현진 의원을 임명했다. 사무총장과 부총장을 친윤계로 임명했다는 것은 내년 총선 공천을 주도하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초선 강대식 의원에게 돌아갔다. 강 의원은 당대표 경선에서 김 대표를 지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와 최고위원 4명 모두를 친윤계로 채웠다. 여기에 주요 당직마저 친윤계가 맡게 됐다. 대통령 친정 체제를 넘어 직할 체제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집권 1년 차에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이 주요 당직을 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친윤 일색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경선에서 과반인 52.9%를 얻었다. 이는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를 지지한 당원이 47.1%에 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당은 다양성을 기본으로 한다. 군대처럼 상명하복이 강조되는 조직이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질서 있는 다양성’을 강조한다. 최근 며칠간 당 지도부의 발언이나 인사를 보면 다양성보다는 질서만 강조하는 듯하다. 김 대표는 당선 축하차 예방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대통령이 일하는 데 곤란한 거 다 제거했다”고 말했다. 일종의 덕담이었겠지만, 당대표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임 최고위원들도 이준석 전 대표 계열 ‘천아용인’ 후보들을 ‘훌리건’ 등의 표현을 쓰며 비판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전광훈 목사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해 분란을 일으켰다. 당내 경선이 끝나면 빈말이라도 통합을 얘기하는 게 정치권의 모습인데, 국민의힘은 통합 대신 분열을 말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 뽑힌 당대표는 인사와 정치 행보에서 통합과 혁신을 말해왔다. 국민과 당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에는 아직 변화와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대표가 들어섰는데도 감동이 없다. 감동이 없는 정치는 국민이 외면하게 된다. 김 대표는 대표 경선 기간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끓이겠다”고 했다. 지금 연포탕은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