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성전 완공을 앞두고 있던 2010년 무렵이었다. 서울 은평구 진관교회(이현식 목사) 성도 중 일부는 차제에 교회 이름을 바꿀 것을 제안했다. 진관교회는 교회에서 2㎞ 거리에 있는 사찰 진관사에서 이름을 빌려온 교회로, 과거부터 성도 중엔 이것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이가 많았다.
이현식(61) 목사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진관’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나루터 진(津), 너그러울 관(寬)이었다. ‘아, 진관을 예수님의 너그러운 사랑을 실어 나르는 나루터로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결국 이 목사는 교회 이름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진관교회에서 전개하는 해외 교회 건축 프로젝트는 이 같은 ‘진관’의 의미를 구현하기 위한 사역 중 하나다. 이 교회는 2012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 우크라이나 국제선교센터를 봉헌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5개국에 교회 또는 선교센터를 50개나 지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까지 합하면 그 수는 72개에 달한다. 진관교회는 왜 해외 교회를 짓는 일에 몰두하는 것일까.
지난 10일 진관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외국 선교사들에게 진 복음의 빚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저는 해외 선교의 가장 중요한 사역은 교회를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교회가 지금처럼 부흥할 수 있었던 것도 선교사들이 이 땅에 교회를 세웠기 때문이잖아요. 하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것은 예배이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선교의 동력도 생기거든요.”
감리교신학대를 나와 충북 제천, 서울 용산 등지에서 목회를 하다 2008년 1월 진관교회에 부임한 이 목사는 처음엔 교회 30개를 세우기로 결심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성도들의 반응이었다. 왜 외국에 교회를 지어야 하는지 공감하지 못하는 이가 많았다.
“교인들에게 하늘나라로 갈 때 이 땅에 영혼 구원의 센터를 하나쯤 남겨놓고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식의 얘기를 자주했어요. 분위기가 바뀐 것은 해외에 세운 교회가 10개쯤 됐을 때부터였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도들의 참여가 이어지더군요. 해외 교회마다 봉헌 배경을 살펴보면 기부자들의 별의별 사연이 다 숨어 있어요. 부모님 장례를 치르고 남은 돈으로 지은 교회, 암 수술을 받고 수령한 보험금으로 건축한 교회, 자식이 준 용돈을 10년간 모아 봉헌한 교회….”
외국에 30개 교회를 세우겠다는 이 목사의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 그는 연말쯤 진관교회의 해외 교회 건축 스토리를 담은 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목사는 새로운 목표가 있는지 묻는 말에 “100개, 혹은 그 이상의 교회를 세계 곳곳에 세우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해외 교회들이 현지에서 제각각 부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교회와 함께 학교를 지어준 곳들도 있는데 아이들이 너무 몰려서 건물이 더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오곤 해요. 그럴 때면 부담이 되면서도 정말 기뻐요. 하나님의 역사를 실감하게 되니까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