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난대비훈련, 더 자주 실효적으로

입력 2023-03-14 04:01

‘논어’에 불가이위(不可而爲)라는 말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해야 할 일을 하라는 뜻이다. 수없이 발생하는 재난에 대한 대응이 매번 성공할 수 없더라도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는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노력과 도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반복적 훈련이다.

한산도 대첩은 함대를 학익진 형태로 전개하는 전술로 수적 열세를 극복한 세계적 승전 사례로 알려져 있다. 해전에서는 생소한 학익진을 실전에 사용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은 고된 노 젓기 훈련, 방향 전환 훈련 등을 강행해 끝내 승전했다. 학익진의 성공은 반복적이고 실효적인 훈련에서 비롯됐다.

미국 하와이 주정부는 매년 마카니 파힐리(Makani Pahili·강한 바람) 훈련을 한다. 허리케인에 대비하기 위해 하와이 재난관리청, 연방재난관리청, 경찰·소방 등 1차 대응기관, 지역 사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덕분에 2018년 기상관측상 가장 많은 비를 뿌린 허리케인 레인이 하와이를 강타했을 때 재산 피해가 3000억원 이상 났지만 사상자는 한 명뿐이었다.

우리나라의 재난관리책임기관도 행정안전부가 수립하는 ‘재난대비훈련 기본계획’에 따라 각종 훈련을 실시한다. 올해 기본계획에는 현장 중심의 실전 대비훈련을 목표로 훈련별 중점 사항이 담겨 있다. 먼저 범정부 종합훈련인 ‘안전한국훈련’은 각 기관의 재난 대응 역량 극대화를 목표로 특정 시기에 집중 실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올해부터는 연중 3회로 나눠 재난 유형 및 기관 특성에 맞춰 재난 발생이 우려되는 시기 전에 훈련을 실시한다. 초기 대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1차 대응기관(소방, 경찰, 해경, 기초지자체, 재난의료지원팀 등)의 합동훈련도 강화하고, 실제 상황에 준하는 불시훈련도 확대한다.

인파 사고, 데이터센터 화재 등 신종 재난에 대한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고위험 복합재난을 상정하고 상황 인지·전파 및 총력 대응까지 점검하는 현장 중심의 신규 훈련도 도입한다. 이에 따라 국민과 함께하는 훈련 기획을 위해 훈련 명칭을 공모로 선정 중이며, 종합훈련인 안전한국훈련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훈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어린이 재난안전훈련’은 어린이들의 재난 대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으로, 매년 대상 학교 수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심폐소생술·소화기 직접 체험을 강화하고 흥미 유발을 위해 가상·증강현실도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훈련에 참여하는 학교와 담당 교사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행안부와 교육부가 협업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재난대비훈련은 일상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다짐이자 우리를 위협하는 위험으로부터 모두를 지키고자 하는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이다. 올해 기본계획에 따라 한층 강화된 훈련이 재난 피해 최소화라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민의 많은 관심과 훈련 참여를 기대한다.

이한경 행정안전부 재난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