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개 없는 사람’ 됐다면, 당뇨병 조심하세요

입력 2023-03-13 20:56

흔히 ‘쓸개’로 불리는 담낭은 소화를 돕는 담즙을 저장하는 곳이다. 이런 담낭 기능의 문제로 발생한 담석증이나 담낭염, 담낭용종, 담낭암이 발견되면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치료법 중 하나로 담낭을 떼는 수술이 고려된다.

콜레스테롤 등 담즙 성분이 뭉쳐 딱딱하게 변한 담석증의 경우 80%는 무증상으로, 이땐 지속 관찰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복통이나 소화불량 증상을 보이거나 급성 담낭염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이런 20%의 유증상 담석증일 땐 담낭을 절제한다. 담낭용종(혹)의 경우도 95%는 양성 종양이나 5%에 해당되는 담낭암이나 암 위험이 큰 선종일 땐 담낭절제 수술을 받아야 한다. 국내 담낭절제술은 2020년 기준 8만6274건(8만4048명)이 시행됐고 꾸준히 증가 추세다.

그런데 치료를 위해 이렇게 담낭을 뗀 사람들은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필요하다. 한림대성심병원 내분비내과 강준구·허지혜 교수팀은 숭실대와 함께 2010~2015년 담낭절제술을 받은 5만5166명과 성별·나이는 같지만 담낭을 절제하지 않은 11만332명을 2019년까지 추적 관찰해 당뇨병 발병에 차이가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담낭절제술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20%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담낭절제술로 인해 증가하는 당뇨 발병 위험도(29% 증가)는 비만으로 인해 증가하는 당뇨 위험도(24% 증가)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비만은 당뇨 발병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인데, 비만보다 담낭절제술에 의한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이다. 담낭절제술을 받은 비만한 사람은 담낭절제술을 받지 않고 비만하지도 않은 사람보다 당뇨 위험이 최대 41% 높았다.

강 교수는 13일 “담낭이 체내 대사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임을 보여준다. 담낭의 부재가 포도당 대사에 나쁜 영향을 끼쳐 혈당 상승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당뇨 발병 위험이 적은 사람(젊고 비만하지 않고 고혈압, 대사증후군이 없는)이 담낭절제술을 받았다면 당뇨 위험이 더 뚜렷했다”면서 “그렇다고 꼭 필요한 담낭절제술을 받지 말라는 게 아니고 시행 받은 사람은 혈당을 꾸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외과학회학술지(Annals of Surgery)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