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사진) 국민의힘 대표가 주요 당직 인선에서 전당대회 내내 강조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인사를 선보일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0일 당대표 선출 이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 ‘연포탕’ 인사를 강조하면서 “실제로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첫 당직 인선과 관련해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를 전면 배치하는 가운데, 일부 비주류 인사를 깜짝 발탁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김 대표는 12일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막바지 인선 작업에 주력했다. 김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주요 당직자 인선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신임 사무총장에는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은 내년 4월 총선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직책이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았고, 현재는 친윤계가 주도하는 공부모임 ‘국민공감’의 간사를 맡고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의원은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신뢰하는 의원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사무총장을 뒷받침할 전략기획부총장과 조직부총장 자리에는 각각 친윤 초선인 박성민·배현진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변인단 역시 친윤 인사로 채워질 전망이다. 재선의 이만희 의원이 수석대변인으로 거론되고 있고, 대변인에는 초선 유상범·강민국·조은희 의원 등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원외 대변인에는 윤희석 전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지나치게 ‘친윤 일색’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3·8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직 최고위원 4명(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과 청년최고위원(장예찬) 등 지도부가 전원 친윤계로 꾸려졌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등에 예상 밖 비주류 인사를 깜짝 발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비주류 인사가 중용될 경우 김기현 대표의 탕평인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위의장에는 친윤 색채가 옅은 중진 의원의 발탁 가능성이 있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3선의 유의동 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친윤 재선의원은 “화합과 통합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인사를 세우는 것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윤심(尹心)’을 택한 당원들의 뜻에 반하는 일이 될 수 있다”며 “‘억지 연포탕’을 끓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경쟁했던 안철수 의원과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카페에서 만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의 회동도 추진할 예정이다.
구자창 정현수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