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그린 드라마 ‘더 글로리’를 연출한 안길호 PD가 과거 학폭을 저지른 사실을 인정했다. 피해자의 아픔을 대변하는 드라마를 만든 장본인이 정작 학폭에 휘말려 논란이 됐다.
지난 10일 미국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헤이코리안’에는 1996년 필리핀에서 안 PD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필리핀에서 학교에 다니던 글쓴이는 당시 고3이던 안 PD가 중2인 자신의 동급생인 여학생과 교제했으며, 그 여학생을 동급생들이 놀리자 안 PD가 자신과 다른 친구를 불러내 2시간가량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안 PD는 그런 기억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으나 12일 이를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를 구했다. 안 PD는 법무법인 지평의 김문희 변호사를 통해 “안 PD가 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나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됐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면서 “이 일을 통해 상처를 받은 분들께 마음 속 깊이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2는 하루 만에 넷플릭스 TV 부문 글로벌 톱 3위를 차지했다. 26개 국가에서는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이 공개된 후 ‘더 글로리’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학폭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이 성인이 돼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해 나가는 내용이다. 파트1이 공개됐을 때 태국에서는 SNS에서 ‘타이 더 글로리’ 운동이 일어나 학폭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폭로하고 자신의 아픈 경험을 공유했다.
팬들은 2개월여간 ‘더 글로리’ 파트2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기대한만큼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보여 호평을 받았다. 파트1이 동은의 과거와 아픔에 집중했다면 파트2에서는 동은이 본격적으로 가해자 무리를 무너뜨리고 그들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빼앗는 과정이 담겼다. 극본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학폭 피해자의 삶은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을 때 비로소 원점에서 다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