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최근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인하하자 ‘빚투(빚내서 주식투자)’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최근 18조원을 넘어서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와 동시에 ‘깡통계좌’가 되는 반대매매도 함께 늘고 있다. 반대매매는 담보 주식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하는 것을 뜻한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8조126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16조9690억원)과 비교하면 6.81%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18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해 9월 27일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고객 보유주식 등을 담보로 빌려주는 주식 매수 자금이다. 보통 시장이 좋을 때 투자 수요가 늘면서 빚투 매매가 급증한다. 올해 초만 해도 15조원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증시가 상승하자 신용매수도 덩달아 다시 늘고 있다. 올해 초 22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 지수는 2400선을 넘나들고 있다.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인하도 빚투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초 금융감독원이 증권사들의 고금리 이자 장사를 지적하자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최고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한때 연 10%에 육박했던 신용융자 이자율은 8~9%대로 떨어졌다. 증시 전반이 살아난 가운데 신용융자 이자율이 떨어지며 투자 심리도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증시 상승을 지켜본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글로벌 증시의 장기 침체 우려에 국내 증시가 주춤하자 이를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이달 1~10일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각각 1조5327억원, 5692억원 규모로 순매도했지만, 개인들은 2조2042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문제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며 반대매매 비중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이달 들어 6거래일 연속 1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높은 종목은 주로 시가총액이 작고 변동성이 높은 고위험 주식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융자 특징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신용거래자의 거래 빈도는 일반적인 개인투자자의 거래 빈도와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높아 매우 단기적이고 투기적인 투자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주식 신용거래융자 이자율 내리자… ‘빚투’ 다시 고개
입력 2023-03-13 21:48 수정 2023-03-14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