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달 말에 열릴 정기 주주총회의 ‘문턱’이 더 높아졌다. KT의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윤경림 후보의 대표 선임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사외이사 후보자와 계열사 대표 내정자가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는가 하면, 사법리스크까지 덮치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인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은 12일 KT 계열사 KT스카이라이프 TV 대표직을 맡지 않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산업계에서는 ‘친 윤석열’ 인사를 ‘KT 사람’으로 만들어 정부와 조금이라도 보폭을 맞추려던 KT의 의도가 깨졌다고 본다.
정부와 가교역할을 할 사외이사 후보도 자리를 물렸다.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된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지난 10일 후보에 오른 지 이틀 만에 사의를 표시했다. 임 고문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맡았었다. 이에 따라 KT가 정기 주주총회까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지난 8일 “대표이사 선출과 같은 주요 안건에는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대주주 뜻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KT 측에 전달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KT 지분은 현대자동차 4.69%, 현대모비스 3.10%다. 2대 주주다. 현대차그룹은 ‘대주주’가 국민연금과 현대차그룹, 신한은행 등 전반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산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의사를 따르겠다는 의미로 본다.
국민연금, 현대차그룹 등의 의견을 종합 반영해 차기 대표를 선임하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게 사실상 확정적인 상황이라 현대차그룹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졌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8.53%)과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더하면 16%가 넘는다.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반대표를 시사하면서 3대 주주인 신한은행 5.46%도 국민연금의 의견을 따를 수 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분의 20% 이상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결론은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들의 결정에 달렸다. 하지만 이들이 결집해 찬성표를 던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점도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후보가 구현모 대표와 함께 계열사 일감을 특정회사에 몰아줬다는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접수하고,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했다. KT는 “KT텔레캅 일감을 시설 관리업체 KDFS에 몰아주고,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이 두 사람에게 제기된 의혹 전반을 수사한다고 나서면서 KT 정기 주주총회 완주를 막을 ‘외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