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으로 승자의 저주 피했다… ‘쩐의 전쟁’ 카카오 판정승

입력 2023-03-13 04:07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한 12일 서울 성동구 SM 본사 모습. SM 인수전은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연합뉴스

카카오와 하이브 간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이 결국 카카오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하이브는 협상을 통해 경영권을 사실상 카카오에 넘기기로 했다. 과열 경쟁으로 치달았던 인수전은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는 합의에 이르면서 가까스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승자의 저주’를 피했다.

하이브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SM 인수전의 경쟁자였던 카카오가 주당 15만원에 SM 주식 35%를 공개매수하기 시작한 지 6일 만이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각각 12만원, 15만원에 SM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며 조 단위 ‘쩐의 전쟁’으로 확대됐던 인수전이 양사 간 합의로 종결된 것이다.

SM 주가가 한때 16만원을 웃도는 등 인수를 위해 지불할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결국 하이브가 뒤로 물러선 모양새다. 두 기업이 지분매입 경쟁을 지속할 경우 현금성 자산만 4조원대 이상을 보유한 카카오에 비해 하이브가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실제로 하이브가 밝힌 인수 중단 사유도 카카오와의 과열 경쟁이다. 하이브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SM의 가치와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무형의 비용까지 고려한 적정 인수 가격 범위를 설정해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주식시장마저 과열 양상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는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카카오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6일부터 SM 주식 공개매수를 시작했다. 오는 26일까지 SM 지분 35%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제시 가격은 앞서 하이브가 진행한 공개매수가 12만원보다 3만원이나 높였다. 하이브가 또다시 가격을 높여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양측 모두 출혈경쟁이 불가피했다. 카카오는 하이브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추가 비용 지출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번 인수전 완주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M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면서 카카오의 공개매수 성공 가능성은 높아졌다. 분쟁 여파로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던 SM이 지금 같은 강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당장은 올라갈 유인이 없다”고 분석한다. SM 주가는 카카오의 공개매수 사흘 만에 16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10일 14만7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15만원 이하로 유지된다면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주주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