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첫 승… 그것도 ‘투잡’ 체코 상대 고전 끝에

입력 2023-03-13 04:0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강철 감독과 한국 선수들이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B조 본선 1라운드 체코전에서 승리한 후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고대하던 첫 승리를 품에 안았다. 박세웅의 역투와 김하성의 멀티홈런에 힘입어 ‘복병’ 체코를 꺾었다. 다만 내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허용한 대목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B조 1라운드에서 체코에 7대 3 승리를 거뒀다. 이번 대회 첫 승을 기록한 한국의 조별 라운드 전적은 1승 2패가 됐다.

승리의 수훈갑은 단연 선발투수 박세웅이었다. 중국에 8득점, 일본에 2득점한 체코 타선을 맞아 5회 2아웃까지 2루타 단 하나만 허용하는 완벽투를 선보였다. 삼진은 WBC 사상 단일 경기에서 세 번째로 많은 8개를 잡아냈다.

타선의 초반 집중력도 박수받을 만 했다. 계속된 안타와 상대 실책성 플레이를 엮어 상대 선발 루카스 에르콜리를 상대로 1회에만 타자 일순하며 5득점을 올렸다.

다음은 김하성 차례였다. 직전 두 경기에서 8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그는 1회 첫 타석에서 맥없는 3루 뜬공으로 물러난 것을 만회라도 하듯 2회와 7회 두 방의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아쉬운 장면도 여러 번 나왔다. 수비에선 믿었던 베테랑들이 흔들렸다. 김현수는 7회 1사 1, 2루에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 공을 빠뜨리며 1루 주자까지 득점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간 충실히 제 몫을 했던 양의지는 8회 2사 실점 위기에서 파울 지역에 뜬 공을 잃어버리며 그대로 이닝을 마무리할 기회를 놓쳤다.

박세웅이 내려간 마운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5, 6회를 깔끔하게 틀어막은 곽빈은 7회 들어 제구가 흔들리며 볼카운트 싸움에서 밀렸고 결국 연속 안타를 얻어맞았다. 이어 등판한 정철원은 적시타를 허용한 뒤 폭투를 저질렀다. 김원중도 세 타자를 맞아 삼진 1개를 잡는 동안 안타와 사구를 1개씩 허용했다.

빈타에 시달리고 있던 일부 타자들은 반등에 실패했다. 이날 리드오프 자리를 박건우에게 내주고 9번으로 물러난 토미 에드먼은 1회 2사 만루에서 원 바운드 타구를 날렸으나 유격수가 이를 놓친 덕에 기사회생했다. 안타로 기록됐지만 실책으로 인한 출루로 봐도 무리가 아니었다. 최정 또한 병살타와 삼진을 포함해 찬스마다 흐름을 끊으며 4타수 무안타로 고전했다.

불씨가 완전히 꺼지진 않았지만 대표팀의 8강행을 위해선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중국과의 최종전을 잡는 건 필수고, 이젠 체코가 호주를 이겨 한국을 비롯한 세 팀이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단 이 경우에도 체코와 호주가 난타전을 벌이지 않는다면 한국의 8강 진출은 불가능하다. 두 팀을 상대로 한국은 총 11점을 실점했다. 이날 7점을 내준 체코가 호주에 4점 이상 내주면서도 그보다 많이 득점해 이겨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은 13일 중국전 선발 투수로 원태인을 예고했다.

도쿄=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