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FC서울의 치명적 실수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꿰찼다. 울산 주민규와 서울 나상호는 ‘공격 축구’를 공언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의 첫 K리그 관전 경기에서 득점포로 눈도장을 찍었다.
디펜딩챔피언 울산은 1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라운드 서울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했다. 나상호에 선제골을 내준 울산은 주민규와 이청용의 골로 경기를 뒤집으며 리그 선두로 올라섰고 서울은 시즌 첫 패배를 맛봤다.
이날 경기는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후 첫 K리그1 관전을 위해 방문하면서 이목이 쏠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마이클 김 코치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인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전반 8분 울산이 먼저 기회를 잡았다. 울산의 전방 압박으로 기성용의 패스 미스를 유도했고 바코가 이를 커트했다. 하지만 바코가 볼을 끌다 슛한 공이 수비벽에 막혔다. 오른쪽에서 침투하던 엄원상이 비어있어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경기 흐름은 울산으로 넘어갔지만 골을 결정짓진 못했다.
터질 듯 말 듯 했던 분위기는 후반 시작과 함께 폭발했다. 서울이 포문을 열었다. 후반 7분 이태석이 왼쪽 측면에서 돌파한 뒤 페널티박스 앞쪽 가운데 홀로 있던 나상호에게 정확한 패스를 했고, 나상호가 그대로 울산 골대 오른쪽 깊숙한 곳으로 찔러넣었다. 울산은 2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렸다. 역습 찬스에서 바코가 찔러넣은 침투 패스가 수비하던 기성용의 발을 맞고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흘러 들어갔고, 주민규가 쫓아가 왼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팽팽하던 균형은 서울 골키퍼 최철원의 어이없는 실수로 울산으로 기울었다. 후반 42분 최철원은 수비수 김주성의 백패스를 손으로 잡으면서 간접 프리킥을 허용했다. 옆에 있던 울산 아타루가 곧바로 볼을 따내 마틴 아담에게 연결했다. 아담의 슈팅을 최철원이 한 차례 막았지만, 튕겨나온 볼을 이청용이 다시 골로 연결시켰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첫 K리그 관람이었는데 아주 좋은 경기였다”며 “골키퍼 실수로 경기결과가 결정된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골을 기록한 나상호와 주민규에 대해서는 “두 선수 모두 좋은 선수라 평가한다”며 “차두리 어드바이저, 마이클 김 코치와 경기를 보며 많은 정보를 얻었다”고 말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 시절 외면받았던 2021시즌 득점왕 주민규는 새 감독 앞에서 시즌 첫 골을 넣으며 자신을 각인시켰다. 그는 “경기 전 ‘슛 한 번 더 때리자’는 마음도 있었다”며 “‘팀플레이를 신경 써라’는 (홍명보) 감독님의 말을 들은 뒤 아차 싶었고, 이후 가볍게 임했던 게 골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클린스만 감독을 향해 “저도 한 번 봐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