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차라리 우리가 직접 투자상품 고를 걸 그랬어”

입력 2023-03-13 21:4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회사가 직접 투자 자산을 선택해 운용하는 고위험과 초고위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최근 1년간 모두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ISA는 정부가 국민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상품으로 지난 2016년 3월 처음 출시됐다. 순수익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꾸준한 상품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약 464만명이 가입했다. 하지만 손익을 통산한 후 순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관련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고위험과 초고위험 ISA 상품 81개 상품이 모두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위험 상품도 49개 중 47개가 손실이었다. 최근 증시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ISA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과 부동산 펀드 등 다양한 자산에 분배할 수 있어 증시 탓만 하기도 어렵다.

ISA는 신탁형 중개형 일임형으로 나뉜다. 신탁형과 중개형은 금융소비자인 개인이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한다. 일임형은 금융회사가 개인을 대신해 투자해준다. 그만큼 수수료도 더 높다. 개인 투자자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위험도를 선택할 수 있다. 이 중 ‘초고위험’은 말 그대로 투자 위험도가 높다는 뜻이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따라서 초고위험은 ISA 출시 전부터 금융회사의 운용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척도로 평가됐다.


초고위험 ISA 상품 중에서 최근 1년간 가장 낮은 성적을 낸 상품은 메리츠증권의 ‘메리츠 ISA 고수익지향형A’였다. 19.07%의 손실을 봤다. ‘메리츠 ISA 고수익지향형B’가 -18.2%, 현대차증권의 ‘현대차증권 고수익추구형 B1(신흥국,대안투자형)’이 -13.69%의 수익률을 기록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8.95%’로 집계됐다. 기계적으로 코스피를 사들였어도 운용 수수료를 떼지 않고 ISA 계좌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메리츠증권의 ISA는 투자금 전부를 해외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중국과 베트남, 글로벌 리츠(부동산투자신탁)등에 투자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저조한 성적표에 대해 “지난해 베트남 시장 부진에 따른 베트남펀드 수익률 하락이 전체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끼쳤다”며 “시장상황에 맞게 지속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하고 있다. 올해 해외시장 상승에 따라 수익률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위험도를 낮춘 상품의 수익률도 신통치 않았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채권에만 투자하는 ‘저위험’도 전체 44개 상품 중에서 12개만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ISA 상품 가입자는 ISA 계좌에서 발생한 투자수익 200만원(서민형 계좌의 경우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도를 초과해도 분리과세가 적용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