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이끌 총리에 시진핑 비서실장 출신… 1인 독주 강화

입력 2023-03-13 04:0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가 지명한 부총리와 국무위원 등의 인선안이 통과됐다. AFP연합뉴스

중국 경제를 이끌 국무원 총리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비서실장 출신인 리창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출됐다. 부총리 4명과 국무위원 5명도 시 주석 친위 세력들로 채워지며 시진핑 집권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1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투표에 참여한 2947명 중 2936명(99.6%)의 찬성으로 리 상무위원을 총리로 선출했다. 시 주석이 지난 10일 전인대 전체회의에서 반대와 기권 없는 만장일치 찬성으로 세 번째 임기의 국가주석 및 국가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된 것과 달리 반대 3표, 기권 8표가 나왔다. 시 주석이 리 총리를 임명하는 주석령에 서명하고 회의 사회자가 이를 발표하자 리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인대 대표들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한 뒤 시 주석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이어 10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리커창 전 총리와도 인사를 나눴다.

리 신임 총리는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에서 성장과 당 서기로 있을 때 비서실장 격인 저장성 당위원회 판공청 주임을 맡으며 핵심 측근이 됐다. 시 주석이 2012년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선출된 뒤로 저장성 성장, 장쑤성 당 서기, 상하이시 당 서기 등을 맡으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지난해 봄 코로나19 방역 실패로 경제 도시 상하이 전체가 두 달 넘게 봉쇄돼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0월 열린 20차 당 대회 때 서열 2위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입성하며 건재함을 과시했고, 예상대로 총리가 됐다.

중국 최대 경제 벨트인 장강 삼각주(상하이시·저장성·장쑤성)를 모두 거친 경제통으로 평가받지만 중앙정부 근무 경험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상하이시 당 서기 때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설립을 주도하고 첨단기술지구인 린강에 중국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SMIC(중신궈지)를 유치해 친기업, 친시장 성향으로 평가받는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신임 국무원 총리가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5차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리 신임 총리는 지난 11일 4차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총리 인선 표결에서 전인대 대표 2947명 중 찬성 2936표, 반대 3표, 기권 8표를 받아 선출됐다. AFP연합뉴스

시진핑·리창 체제가 출범하면서 장기집권에 들어선 시 주석의 1인 독주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후진타오 전 주석을 주축으로 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자 개혁파였던 리 전 총리가 물러나면서 정부 내 시 주석 견제 세력은 사라졌다. 정치와 군사는 당 총서기가, 경제는 총리가 책임지는 중국식 당정분리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약화했고 올해 양회(兩會·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치면서 당 우위의 당정통합, 당강정약(黨强政弱·당의 권한이 강화되고 정부는 약해짐) 기조가 뚜렷해졌다. 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시 주석 포함 7명)는 20차 당 대회를 통해 이미 시 주석 사단으로 채워졌다.

리 신임 총리는 과거 직속 상관이자 자신을 발탁해준 시 주석에게 충성하며 그의 정책을 충실히 집행하는 역할에 머무를 전망이다.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중국 정부가 정한 경제성장률 목표 5.0% 안팎을 달성하기 위해 내수 확대, 민영기업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신임을 등에 업고 경제 분야에서 막강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시 주석이 부여해주는 권한 내에서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 신임 총리는 12일 딩쉐샹 정치국 상무위원과 허리펑·장궈칭·류궈중 정치국 위원을 부총리로 지명했다. 중앙서기처 서기를 지낸 딩쉐샹은 ‘시진핑의 그림자’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오랜 측근이다. 허리펑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을 맡아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했다. 나머지 두 사람은 기술관료 출신으로 시 주석의 핵심 어젠다인 과학기술 자립 자강 실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궈칭은 중국 최대 무기 생산업체인 중국병기공업그룹에서 총경리를 했던 군수통이고 류궈중은 하얼빈공대를 졸업한 뒤 공직에 입문해 산시성 당 서기 등을 지냈다. 부총리와 각 부처 부장(장관) 사이에 위치한 국무위원에는 리상푸 중앙군사위원, 왕샤오훙 공안부장, 우정룽 전 장쑤성 당 서기, 천이친 전 구이저우성 당 서기, 친강 외교부장이 지명됐다.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던 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은 유임됐다. 류쿤 재정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탕런젠 농업농촌부장, 왕즈강 과학기술부장도 자리를 지켰다. 안정 속 성장 기조하에 재정·통화를 책임지고 과학기술 분야를 총괄하는 인사들을 유임시킴으로써 정책 안정성과 연속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이 행장 유임은 금리 변동 등 통화정책 수단보다는 내수 확대를 중심으로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등 주요국이 지난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것과 달리 중국은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0%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국 매체 제일재경은 “중국 경제 회복이 재개되고 국제 환경이 변화무쌍한 현시점에서 인민은행장 유임은 통화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금융지원의 강도가 약화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