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0.1% 포인트 떨어지면 고용여력이 약 14만명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역대 최대치를 찍었던 2017년을 기준점으로 2021년에 상실한 취업유발 인원은 50만명에 육박한다. 자동차산업의 직접고용 인원이 35만명 안팎인 걸 감안하면 주력 산업군 한두 개에 해당하는 고용유발 효과가 증발한 셈이다. ‘수출→일자리→소득·소비·투자’의 선순환 고리를 탄탄하게 구축하려면 산업 전체에서 수출 경쟁력의 회복이 시급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021년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2017년 수준(3.23%)을 유지했다면 수출액은 7220억 달러, 수출에 따른 취업유발 인원은 454만2000명에 달했을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무역협회는 국민일보 의뢰를 받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하락과 고용여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실제로는 2021년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89%, 수출액은 6500억 달러, 취업유발 인원은 405만4000명 수준에 그쳤다. 상실한 추가 고용여력은 48만8000명에 달한다. 같은 방식으로 추산했을 때 2018년 16만5000명, 2019년 47만3000명, 2020년 39만1000명 등 해마다 점유율 격차에 따른 고용여력 실종이 나타났다.
원인은 한국 수출 경쟁력의 추락에 있다. 수출시장 점유율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5년 동안 추세적으로 하락 국면을 보였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현재 한국의 점유율은 2.83%까지 내려앉았다. 2017년 대비 0.4% 포인트나 낮다.
전문가들은 수출의존형 경제인 한국이 존재감을 잃고 있는 이유로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의 단기 경기 사이클보다 수출산업 기반 약화를 지목한다.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규제와 과잉 입법, 낮은 노동생산성 등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여기에다 주요국에선 ‘중국 견제용 산업정책’으로 포장하면서 미래 첨단산업 주도권 챙기기에 앞다퉈 돌입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감축법(미국), 반도체지원법(미국), 핵심원자재법(EU) 등으로 무장한 ‘자국 우선주의’ ‘보호무역주의’ 파도가 거센 것이다. 반면 한국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정만기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경기에 따른 수출 부진은 호전 시에 단기 회복이 가능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수출산업 기반 자체가 약화하고 있는 게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내 투자는 급감하고 해외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은 ‘갈라파고스 규제’ 확대, 과잉 입법, 인력 부족 등이 결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