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지질맨’ 최창수 연기, 생각보다 어울린다더라”

입력 2023-03-13 04:09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차기 대표를 노리는 상무 최창수 역을 맡은 조성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구해줘’에서 사이비 교주로 열연했던 배우 조성하가 이번엔 대형 광고회사 상무로 돌아왔다. JTBC 드라마 ‘대행사’에서 차기 대표를 노리는 상무 최창수 역을 맡았다. 야망과 성공에 대해 지질하리만큼 집착하는 창수를 잘 표현해냈다. 명문대를 졸업한 공채 출신 남성으로서 회사 내 권력자지만 후배이자 경쟁자인 고아인(이보영)에게 한 방 먹을 때가 많다. 고아인의 앞날에 훼방을 놓지만 인간적으로 이해가 되는 캐릭터다. 누구나 갖고 있는 성공에 대한 욕망에 누구보다 충실하기 때문이다.

배우 조성하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슈트를 차려입고 넥타이를 맨 그를 만나니 마치 최창수 상무가 막 회의를 주재하기 직전의 장면에 들어온 것 같았다. 인터뷰에 앞서 기자들에게 그는 “안녕하세요. 신인 배우 조성하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데뷔 30년차가 훌쩍 넘은 배우가 자신을 신인으로 소개하는 게 단순히 농담 같지는 않았다. 이유를 묻자 “나를 경계하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조금이라도 새로운 연기를 하기 위해서 나를 채찍질하는 느낌으로 신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동시에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서 ‘믿을 신(信)’으로도 혼용해서 쓰게 됐다”고 부연했다.

사실 베테랑 배우면서도 자신을 계속 경계하는 조성하에게 최창수는 악역이라기보단 ‘지질한’ 인물이었다. 조성하는 “(고아인에게) 싸움은 걸지만 맨날 얻어터지고 오는 캐릭터”라며 “말투나 문장이 너무 저렴하고 지질해 보여서 다가가기 힘든 역할이었다”고 털어놨다. “창수는 명문대인 한국대 출신으로 나오잖아요. 인생 자체를 1등으로만 살아왔던 인물이기 때문에 뭘해도 열심히 했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라인을 타면 더 빠르게 승진을 할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겉으로 보기엔 뭔가 일을 낼 것 같지만 매번 고아인과 부딪히면 내실이 부족한 게 드러나죠. 정작 중요한 본질에는 다가가지 못하고 출세 지향적인 생각만 하는 인간이라고 이해했어요.”

자신은 지질한 인물을 되도록 맡지말자는 주의였다고 했다. 하지만 최창수를 연기하면서 생각보다 주변 반응이 좋았다. 그는 “이번에 ‘지질맨’이 사랑을 받으니까 이창민 감독 말대로 한번 지질의 끝판왕을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회사생활을 해본 적이 없는 탓에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아내가 직장에 다녀서 ‘이런 인물이 실제로 있냐’고 물었더니 ‘이런 사람은 어디를 가나 있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얍삽하게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길래 시청자도 몰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50대에 접어든 그는 연기를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어떤 배역을 맡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조성하는 “인기 스타로 산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연기가 좋아서 배우의 길을 온 사람들은 항상 선택을 받는 입장이니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버티는 게 중요하다”며 “대부분 가정이 있다 보니 가장의 무게를 생각하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뷰 동안 조성하는 항상 변화하는 배우가 되겠다는 다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배우는 변화무쌍해야 재밌다고 생각해요.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감독님에게 역할을 주문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영화 ‘황해’, ‘올빼미’,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구해줘’ 등 계속 다른 캐릭터를 주문 받다 보니까 남들보다 캐릭터가 많은 배우가 된 것 같아요. 저도 계속 공부해나가려고 해요.”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