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른 죽음, 남 탓과 투쟁으로는 의혹 해소 쉽지 않을 것

입력 2023-03-13 04:0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동편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무효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형수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갈등에 휩싸였다. 이 대표에 비판적인 의원들은 “최소한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고 있다. 이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검찰의 강압적 수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후폭풍으로 갈라졌던 민주당이 전씨의 죽음을 둘러싼 이 대표 책임론으로 다시 어수선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전씨의 죽음 직후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이지 이재명 때문인가”라고 반문하며 검찰에 화살을 돌렸다. 이 대표는 그동안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검찰 탓으로 돌리거나 외면해왔다. 한 번도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과한 일이 없다. 2021년 말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이 대표는 “비통한 심정”이라면서 대장동 특검을 주장했다. 며칠 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자 이 대표는 “몰랐던 사람”이라고 부인했다. 김 전 처장의 유족들은 이 대표의 발언에 분노했고, 이 대표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의 조사를 받던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이 대표는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제보자 B씨가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병사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어쨌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1일 장외집회에 참석해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안을 겨냥해 “자위대의 군홧발” “친일 본색” “일본의 호갱(어수룩한 손님의 은어)”과 같은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은 전씨의 발인이 이뤄진 날이었다.

검찰 수사가 강압적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정치인은 물론 국민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 같다”는 사람은 물론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마저 있다. 이 대표는 주변 인사들의 잇따른 죽음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검찰 탓이라고 말하거나 대정부 투쟁을 강화하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