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아동학대와 헤어질 결심

입력 2023-03-13 04:06

학대는 아이가 가정에서 지옥을 경험하는 것이다. 올해도 한겨울에 엄마가 사흘간 외출한 사이 혼자 집에 방치된 2살 아이는 추위에 떨며 음식물을 전혀 먹지 못한 채 굶어서 사망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다발성 손상으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졌다. 부모가 가정체험학습이나 홈스쿨링을 한다며 학교에 보내지 않는 동안 아이는 집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다 끝내 사망했다. 이렇게 매달 3∼4명의 아이들이 아동학대로 사망하고 있고, 잊을 만하면 도돌이표처럼 참담한 학대 기사가 올라온다. 잔혹하고 심각한 학대 사건이 자극적 기사로 언론에 보도되다 보니, 학대는 극소수의 몰지각한 부모에게서만 일어난다고 오해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인 양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훈육이라는 명목의 체벌과 폭언을 묵인하면서 학대와 훈육을 혼동하고 있다.

부모 체벌을 정당화하는 구실로 악용됐던 민법 제915조 ‘자녀 징계권’ 조항이 삭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2022년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성인 10명 중 8명은 여전히 징계권 폐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성인 10명 중 7명은 훈육을 위해 체벌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아이를 양육하면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속 터지고 화가 나는 순간이 있다. 이때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부모는 아이를 때리기도 하고 욕하기도 한다. 다른 인간관계에서도 때로 화가 나지만, 상대를 때리거나 욕하지 않는다. 이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성인에게는 하지 않는 행동을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녀에게 무심코 저지른다. 학대 사건에 크게 분노하지만, 내가 하면 훈육이고 남이 하면 학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남들의 학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손가락질하는 우리는 정작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이의 잘못에는 반드시 훈육이 필요하지만 이는 결코 간단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다. 훈육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부모는 아이를 빠르게 변화시키겠다는 조급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이를 다그치기보다 사랑과 믿음으로 기다려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 처음 품에 안기던 기적 같은 순간을 잊곤 한다. 건강하게만 자라기를 바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더 나은 결과만을 바란다. 그러나 자식은 부모가 하지 못한 것을 대신 이루거나 부모가 성취한 것을 다시 재연하는 대상이 아니다. 당연히 자식은 부모 소유물도 아니고 화풀이 대상도 아니다. 대부분의 아동학대 가해자들도 핑계든 변명이든 훈육이었다고 한다. 훈육은 교육이다. 훈육을 한다면서 화를 내고 때리는 것은 더 이상 교육이 아니다. 감정적인 무시, 협박이나 욕설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범죄는 아닐지라도 아동학대 행위로 볼 수 있다.

학대 사건이 보도될 때 분노하거나 슬퍼하지만 말고, 자신의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고, 주변에서 학대가 일어났을 때 바로 신고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변화는 작은 성찰에서 시작된다. 본인은 학대하지 않는다고 자만하기보다 자칫 실수하면 학대를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민감성을 가지는 것이 아동학대를 줄이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훈육하는 대로 자란다기보다 부모가 일상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에서 더 깊은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아이에게 휴대폰 사용을 줄이라고 말하기 전에 부모가 먼저 휴대폰에서 멀어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지적과 훈계를 하는 것보다 각자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보고 성찰한다면 아이에게 훨씬 더 좋은 모범이 되며,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도울 것이다.

누구도 혼자서 어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아이를 낳는다고 자연스레 책임 있는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도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는 아이가 태어나 출생 신고를 할 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나 학교에 처음 보낼 때와 같은 다양한 시기에 부모 교육을 필수화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해 부모들이 언제 어디서든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양육 방법을 쉽게 문의할 수 있는 보건소·가족센터 같은 기관과의 연계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다양한 방안을 통해 아동학대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좋은 부모 역할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