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양립하는 힘

입력 2023-03-13 04:05

요가를 시작한 지 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중간중간 쉬었던 기간이 1년 가까이 되긴 하지만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셈이다. 나는 정통 요가 중 난도가 높은 아쉬탕가를 선호한다. 시퀀스가 정해져 있어 반복하다 보면 일종의 명상에 가까운 정신적 효과를 내고, 근력을 많이 사용해 체력이 금방 증진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평생 하게 될 운동은 시작하자마자 알게 된다더니 나에겐 아쉬탕가가 그랬다.

올해부터 새로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요가 수련 과정에 있어 호흡을 중요하게 다룬다. 느리고 고른 호흡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이를 통해 심신의 균형을 찾는 것을 수련의 목적으로 둔다고 했다. 또한 호흡하는 동안 ‘양립하는 힘’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수련하는 동안 중력과 대립하는 신체의 힘을 언제나 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가 수련이란 신체의 힘과 중력, 그 양방향의 힘들을 적정선으로 맞추는 작업이라고 했다.

요가에는 ‘균형 자세’들이 존재하는데, 이를테면 한쪽 다리로 지면을 딛고 서서 다른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손으로 잡고 버티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균형 감각과 코어 근육이 발달된다. 신기하게도 지면을 딛고 선 발의 힘만 느끼며 자세를 취했을 때에는 쉽게 비틀거리던 몸이 머리 위에서 잡아당기는 힘, 중력과 반대로 기립하려는 신체의 힘을 인지하고 나자 서서히 안정을 찾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요가 자세뿐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 있어 우리는 균형을 찾고자 한다. 힘들고 어려운 삶의 여러 사건들이 우리를 훼손할지라도 우리는 언제나 그것으로부터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 보통 중력이 우리를 끌어당긴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몸은 중력의 반대쪽으로 기립하고자 하는 힘을 가진다. 그렇기에 이렇게 서고, 걷고, 살아 있을 수 있다. 지구 크기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신체들이 이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로 서고자 하는 힘을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나의 별것 아닌 몸이 조금은 기특하고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