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박사의 성경 속 이야기] 나실인 사사 삼손의 교훈

입력 2023-03-14 03:07

영국 대문호인 월리엄 세익스피어와 쌍벽을 이루는 존 밀턴은 ‘고뇌하는 삼손’이라는 작품에서 다음과 같은 독백대사를 읊조린다. “오! 삼손은 이스라엘 그리스도인의 일그러진 자화상이자 변덕스런 나의 영적상태를 보여주는 투명한 거울이다.”

사실, 그렇다! 성경은 인간의 죄와 허물을 낱낱이 드러내는 증언자라고 말할 수 있다.

사사기는 여호수아의 지휘 아래 가나안에 입성한 이스라엘 백성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에 정착하기 위해 고전분투하던 시대의 기록이다. 또한 이스라엘이 중앙집권적 국가체제를 갖추기 전 일종의 과도기적 무정부 상태에서 그들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삿 21:25) 처신했던 어둡고 침울한 역사를 그 배경으로 한다. 행적과 위업이 많이 소개된 사사를 대사사라고 일컫는데 대개 이민족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이스라엘을 구원한 전쟁영웅들을 가리킨다. 옷니엘과 드보라 및 기드온과 입다, 에훗과 삼손이 바로 그들이다. 그 중에 가장 많은 장(총 4장)을 할애해 기사(奇事)를 담은 사사가 나실인 삼손이라 할 수 있다.

약 40년간 숙적 블레셋인 손에 넘겨진 소라 땅에 단 지파의 마노아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자녀를 잉태할 수 없는 여인이었다. 어느 날 여호와의 사자가 그 여인에게 나타나 “보라 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의 머리 위에 삭도를 대지 말라”(삿 13:5)고 통보한다. 그 후 천사는 마노아 부부에게 다시 찾아와 예언하기를 그 아이는 죽는 날까지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인이 될 것이며, 그는 오랫동안 블레셋의 압제아래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원할 자라고 재확인시킨다.

하나님은 삼손에게 특별한 능력을 허락하셨다. 그는 맨손으로 사자를 새끼 염소 찢듯 찢어버리는 힘센 장사였다. 심지어 나귀턱뼈로 수천의 블레셋 병사들을 죽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놀라운 힘과 능력을 잘못된 곳에 사용했다. 어리석은 자들과 어울려 충동적으로 혈기를 부리기도 하고 주색에 빠져 주어진 자기 본분을 망각하기도 했다.

삼손의 일생은 크게 세 가지 사건으로 불행하게 되는데 모두 블레셋 여인과 관계된 것이다. 처음엔 딤나에 내려가 블레셋 여자와 결혼한 일(당시 그들과의 결혼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지 않았다.) 다음은 가사의 기생에게 들어간 일과 마지막으로 소렉 골짜기에 사는 요부인 들릴라의 유혹에 넘어가 그의 머리털이 밀리고 두 눈이 뽑힌 채 옥중노예가 된 일이다. 본문은 ‘밤의 여인’ 들릴라와의 치정관계에서 비롯된 삼손의 극적 최후와 함께 수천의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게 되는 사건을 묘사하고 있다.

블레셋 사람들은 호시탐탐 삼손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다. 그들은 공적(公敵)인 삼손이 무엇으로 말미암아 큰 힘이 생기는지, 어떻게 하면 그를 결박해 굴복하게 할 수 있을지 알아내고자 애썼다. 결국 간교한 블레셋 방백들이 은 천백 세겔(약 165억원)로 창기 들릴라를 매수하여 괴력의 삼손을 묶어 사로잡을 수 있는 은밀한 음모를 꾸몄다. 루벤스의 걸작 ‘삼손과 들릴라’(1610)는 이런 극적인 장면을 에로틱한 이미지로 연출했다. 무대는 고급 사창가다. 작품 속 밝은 빛을 받는 등장인물이 네 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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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