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형수(64)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정치권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 대표는 10일 전씨 사망과 관련해 “검찰의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격앙된 입장을 밝혔다.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씨는 6쪽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전씨는 유서 첫 장에 이 대표를 향한 심경을, 나머지 다섯 장에는 검찰 수사에 대한 억울함과 가족에게 남기는 글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서 전씨는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난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등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당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직업 공무원 출신인 전씨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이 대표를 보좌해온 최측근 인물이다. 2018년 이 대표가 경기지사에 당선되자 초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최근까지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해 말 퇴직했다.
그는 퇴직 전후로 이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공범으로 적시되기도 했다. 검찰은 전씨 수사와 관련해 “성남FC 사건 때문에 지난해 12월 26일 한 차례 불러 영상 녹화 조사를 진행했고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 요구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전씨의 죽음을 두고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경기 수원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느냐”며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자꾸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야당을 향해서도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들을 두고 정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면서 “이것이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이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 관련 사건에 연루된 인물이 세상을 등진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21년 12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1처장이 열흘 간격으로 잇따라 사망했고, 그로부터 20일 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시민단체 대표도 숨진 채 발견됐다. 2022년 7월에는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배모씨의 지인이 목숨을 끊었다.
전씨 사망에 대해 국민의힘은 “벌써 5명이나 세상을 떠났다”면서 이 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 대표가 ‘조용한 퇴진’을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지만,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성남=강희청 기자, 최승욱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