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이던 전모씨가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 등 정황을 고려하면 전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로써 이 대표 주변 인물이 숨진 사례는 2021년 12월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을 시작으로 5번째이며 이중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씨는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외에 성남시장 때도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지난 10여년간 이 대표 측근으로 불렸다. 그래서 이 대표와 얽힌 각종 의혹 사건 수사의 대상이 됐다. 당장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 한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경찰이 수사 중인 ‘경기주택도시공사 직원 합숙소’ 사건에도 등장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용의자 김성태 전 회장의 모친상에 이 대표 대신 조문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 대표는 10일 “검찰의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전씨의 죽음이 검찰 수사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검찰과 경찰이 이 대표에 대해 과도한 수사를 벌이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장동·백현동 의혹, 변호사비 대납 등 이 대표와 관련된 각종 수사가 마무리는커녕 갈수록 확대되는 실정이다. 무리한 수사가 사건 관계자들의 비극으로 이어진 게 드러나면 검찰 등은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왜 이 대표 주변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다. 검찰 수사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한다 하더라도 특정인과 연관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죽는 것은 전례가 없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자해 시도를 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사 선상에 오른 많은 이들이 극단 선택을 결심한 것에 대해 이 대표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 의혹의 몸통인 이 대표는 정작 불체포특권 뒤에 숨고 주변 관계자들만 구속되거나 수사를 당하는 일이 반복되는 상황이야말로 비정상적 사태의 원인 아닌가. 전씨도 유서에서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며 원망을 토로한 것으로 보도됐다. 유승민 전 의원의 말처럼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나서고 나라의 사법절차에 순순히 따라야 한다”가 정도다. 그게 이 대표 때문에 수사를 받는 이들에 대한 인간적 도리다. 지인들 죽음에 영화에 나오는 음모론을 연상하며 “자살당했다”는 항간의 억측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 대표가 직접 사법부 앞에 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