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셔틀외교 12년 만에 재개된다

입력 2023-03-10 04:08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첫 한·일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오는 16~1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정부 초청으로 오는 16~1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방일 계획을 9일 공식 발표하면서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가 12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면서 “윤 대통령은 방문 기간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며, 상세 일정은 일본 측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여사와 기시다 유코 여사의 친교 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이날 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회담하고 만찬도 함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 대통령의 방일은 2019년 6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이후 약 4년 만이다. 윤 대통령의 방일은 지난 6일 정부가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을 발표하고 일본 측도 이에 호응하면서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방문으로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양자 정상 교류가 재개되며, 이는 한·일 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셔틀외교는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방한하고 같은 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방일한 이후 중단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한·일 관계 회복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기시다 총리와 첫 대면을 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첫 약식 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가 개최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정식 양자회담이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는 한·미·일 3각 공조 등 안보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강제징용 관련 갈등에서 비롯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해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정상화하는 문제, 오랜 기간 꽉 막혀 있던 경제협력 및 인적 교류 확대도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 관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공동선언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의 방일을 계기로 한·일 기업인들이 현지에서 만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담을)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회로 삼겠다”며 “한국 정부가 옛 조선반도 노동자 문제에 관해 조치를 발표한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발표한) 징용 해법을 지지해 한국 내에서 반발을 받는 윤 대통령을 뒷받침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동성 송태화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