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장애인 없는 장애인 단체, 노조 둔갑한 건설현장 ‘건폭’들

입력 2023-03-10 04:04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 혐의로 간부들이 검거된 A노동조합의 집회. 인천경찰청 제공

충북 지역 폭력조직 P파와 S파는 지난해 4월 돌연 건설노조를 결성했다. 이름만 노조인 가짜였다. 이들은 충북 일대 8개 공사현장을 돌며 “불법고용 외국인을 신고하겠다” “공사장 입구에서 매일 집회하겠다”는 식으로 건설업체를 협박해 월례비 명목으로 8100만원을 뜯어냈다. 충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두 조직 소속 2명과 건설노조 간부 1명을 구속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7일부터 3개월 동안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여 채용과 장비사용 강요, 금품갈취, 업무방해 등 581건 2863명을 단속했다고 9일 밝혔다. 이 중 102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29명은 구속했다. 단속된 이들 중 77%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이 단속된 유형은 노조 전임비·월례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금품갈취였다. 2153명으로 전체 75.2%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업무방해 302명(10.5%), 조합원 채용 및 장비 강요 284명(9.9%), 폭력행위 107명(3.7%), 불법 집회·시위 17명(0.6%) 순이었다.

특별단속에 적발된 사례에는 조직폭력배뿐 아니라 장애인 없는 장애인 노조 등 가짜 노조의 횡포가 다수 포함됐다. 부산청 반부패수사대는 부산·울산·경남 건설현장에서 ‘장애인 노조원을 고용하라’는 집회를 열어 건설사로부터 월례비 3400만원을 받아낸 노조원 5명을 검찰에 넘겼다. 이들은 ‘유령’ 장애인 노조를 만들어 건설사를 협박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허위 공익단체를 설립해 돈을 가로채는 경우도 있었다. 세종청 세종남부서는 자기들 소유 살수 차량을 사용하지 않는 건설현장을 상대로 약 4억원을 뜯어낸 살수차 조합장 5명도 송치했다. 이들은 본인들을 환경단체라고 주장하면서 4년에 걸쳐 환경 민원을 220차례 제기하고, 건설현장 입구를 차로 막는 등 업무방해를 한 혐의를 받는다.

윤승영 경찰청 수사국장은 “향후 상위 단체의 조직적 지시 및 공모가 있었는지 여부에 수사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며 “조폭 가담 사건에 대해서도 엄정 수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현직 조폭이 건설현장에 개입된 사례는 이날 기준 전국 10여건으로 파악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건폭’은 반드시 근절해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517건, 2695명을 추가로 내사 및 수사 중이다. 특별단속은 오는 6월 25일까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