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SM) 인수전이 조 단위 ‘쩐의 전쟁’으로 치달은 가운데 카카오와 하이브 어느 쪽이 승기를 잡든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이 공개매수가를 높이며 SM 인수를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이 당초 업계 예상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브와 카카오 모두 안정적인 SM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 40% 보유를 목표로 삼고 있다. 양측이 제출한 공개매수설명서에 따르면 하이브는 소액주주 지분 25%, 카카오는 35%를 매수 예정 수량으로 잡았다. 현재 이들이 보유한 SM 지분은 각각 15.78%, 4.9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연이은 공개매수로 SM 주가가 오르며 양측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주당 9만원대에 9.05% 지분을 확보하려다 실패하자, 당초 계획보다 66%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브 역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경우 16만~18만원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에 성공했다면 7142억원만 투입해도 됐다. 그러나 매수가가 주당 4만원만 올라도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인수전이 과열되며 승자가 후유증을 치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로 꼽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으로 사들였는데, 이 가운데 3조5000억원이 채무였다. 이후 금융위기까지 맞으며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자 대우건설을 포함해 기존 계열사까지 내놓아야 했다. 웅진그룹 역시 2007년 극동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며 5년 만에 웅진코웨이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했다.
엔터 업종의 경우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난 인수 대금을 치르기엔 양측 모두 부담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5조원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카카오보다 하이브에서 느끼는 재무적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9일 “하이브가 보유한 1조원대 현금자산으로 가능한 SM 최대 인수가능 주당가격은 16만원”이라고 말했다. 하이브가 인수 비용 조달을 위한 추가적인 자금 유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게 예상된다. 증시에선 벌써 비용 부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최근 3개월 새 SM 주가는 57%가량 오른 반면, 카카오와 하이브 주가는 각각 15%, 11% 가까이 빠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와 카카오의)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과연 SM을 주가수익비율(PER) 40배, 50배 주고 살만한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