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았다. 윤 대통령의 취임식은 5월 10일이었지만 지난해 3월9일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사실상 권력 승계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대선 승리를 기념하는 이벤트나 메시지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대신 울산에서 열린 에쓰오일의 샤힌프로젝트 기공식을 찾아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약속한 290억 달러(38조2713억원) 규모의 투자가 일부 이행되는 걸 지켜봤다.윤 대통령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행보로 대선 1주년의 소감과 각오를 대신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40%대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자신의 대선 득표율(48.67%)보다 낮다.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뒤 불과 1년여 만에 대권을 거머쥔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과 집권 과정은 드라마틱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보여준 역량은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
물론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윤석열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야당이 장악한 국회의 견제 등 많은 대외 악재와 내부 약점을 안고 출범했다. 하지만 이런 제약과 한계가 변명이 될 수는 없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권한과 이로 인한 영향력만으로도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도모할 수 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낮은 평가는 편중된 인사 탓이 크다. 검사 출신들을 과도하게 정부 요직에 임명한다든가, 159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문책 인사를 거부한 것은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인색하게 만든다. 국가 경영을 위한 인재풀을 넓히고 두루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적 인물들을 발굴하는 용인술을 발휘해야 한다. 3대 개혁(연금, 노동, 교육)의 중요성은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청사진이 여태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 1년 만에 김기현 대표 등 친윤계로 재편된 것은 윤 대통령에게 양날의 칼이다. 윤 대통령은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지만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16강의 위업을 이룬 축구 국가대표팀을 격려할 당시 윤 대통령이 인용했던 말이다. 단임제 하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정 운영에 실패할 자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