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한국은행도 긴축 강화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연준이 상반기쯤 금리 동결로 방향을 전환하면 이후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 우리 경제가 회복의 길을 갈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불확실성이 다시 커짐에 따라 당국과 정치권의 정책 대응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9일 브리핑에서 “연준의 금리 결정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시장은 연준이 이달 하순 긴축 신호인 빅스텝(0.5% 포인트 인상)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 부총재보의 발언은 지난달 10개월 만에 금리를 동결한 한은이 인상으로 기조를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금리 인상은 허약한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이다. 수출 부진으로 1년째 무역수지가 적자인 가운데 내수의 내리막길도 가팔라지고 있다. 소비는 3개월째 감소 중이고 1월 전 산업 생산 증가율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건이 팔리지 않아 쌓인 재고율은 25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다. 이 와중에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 구매력 감소로 침체의 악순환은 불가피해진다. 그렇다고 자본 유출, 수입물가 상승을 야기하는 미국과의 금리 차를 지켜만 볼 수도 없다. 지난 2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직전 1220원선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9일 현재 1322.2원으로 100원 이상 오르며 통화시장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당국은 통화정책과 거시정책의 균형을 지키면서 비상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수밖에 없다. 재정 퍼주기가 아닌 고용, 투자의 선순환을 가져오도록 규제 완화, 구조 개혁, 신성장 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야가 모처럼 반도체특별법 통과에 의견을 모으고 있는데 경제 분야만큼은 정치권이 협치 기조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경제가 망가지면 친윤이니 방탄이니 하는 정치 셈법은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여야정이 경제에 올인하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