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기간 중 발생한 □와의 손실이전 파생상품거래의….’ 이는 암호화됐거나 손상된 문서 파일에 나타난 문장이 아니다. 최근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의 ‘검사 결과 제재’ 게시판에 있는 실제 제재 공개안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금융회사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치 내용을 공개하는 금융당국 제재안의 주요 정보가 삭제된 채 공시되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상품명 등 중요한 정보가 비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 없는 반쪽짜리 공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제재 조치가 확정된 금융회사 기관명과 처벌 내용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금융회사의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공시 내용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부분까지 가려진 채 공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공시 건은 전후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가 가려져 있다. 특정 상품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에서도 핵심 정보인 상품명이 미공개되고 있다.
지난달 DB손해보험에 대한 조치안을 보면 이 회사는 A보험 등 79건, B보험 등 58건, C보험 등 1956건의 보험계약에 대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미지급했다고 공개됐다. 금융소비자로서는 문제된 상품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셈이다. KB국민은행 조치안의 경우에도 누가 언제 누구와의 거래 과정에서 사고를 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보 공개가 제한됐다.
이 같은 공시는 1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는 ‘관련 법령에 위배될 소지가 있거나 금융회사의 영업상 비밀 등 제재 대상자 또는 제3자의 권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등의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보 공개 여부를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은 탓에 금융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공개 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이런 관행이 금융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금융 사고가 있었는지, 불완전 판매된 금융 상품은 어떤 것인지 등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 피해 예방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에게 필요한 핵심 부분은 공개될 수 있도록 공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9일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거나 제3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비공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의 정보공개 범위를 놓고서도 비슷한 비판이 일었다. 증선위는 그간 불법 공매도 등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와 관련해 제재 조치안이 의결되면 주요 내용을 공개했지만 정작 대상 기관명은 비공개하는 관행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불법 공매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대통령마저 엄단을 요구하자 지난해 12월 열린 증선위 정례회의에서부터 제재 법인명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