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버팀목 전세대출 대환, SGI서울보증 가입자는 안된다?

입력 2023-03-10 04:07
국토교통부는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뿐 아니라 SGI서울보증 가입자도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로 대환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9일 밝혔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한 시중은행에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엄모(62)씨는 급등한 전세 자금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이사를 고민하던 중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기존 전셋집을 재계약할 때 정책 대출인 ‘버팀목 전세 자금 대출’로 대환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2%대 금리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다는 생각에 은행을 찾은 엄씨는 “대환 신청이 안 된다”는 답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다른 조건은 모두 충족하지만, 기금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SGI서울보증의 보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대환 대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2년 전 아들 명의로 시중은행에서 전세 자금 대출을 받은 엄씨는 당시만 해도 2%대 금리로 대출 이자를 내는 데 부담이 없었다. 그러던 중 금리가 뛰면서 한 달에 내던 이자가 39만원에서 84만원으로 배 이상 불어났다. 엄씨는 대환 대출 없이는 이자를 부담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런 예외적 상황을 파악하고 SGI서울보증 가입자도 버팀목 전세자금으로 대환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에 나섰다고 9일 밝혔다. 국토부는 지난 1월 새해 업무 추진계획에서 2월부터 시중은행 전세 대출 이용자가 버팀목 전세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살고 있는 집에서 전세 재계약을 할 때는 대환 신청을 할 수 없었는데, 대출 금리가 5%대로 오르자 취약 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은 금리가 연 1.8~2.4%로, 시중 은행과 비교하면 이자 부담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엄씨와 같은 사례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보증은 금융기관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때 공사의 보증서를 담보로 이용해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상품으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이 제공한다. 전세대출 보증에서 SGI서울보증 가입자는 10%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SGI서울보증은 기금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 버팀목 대환 대출 조건도 ‘주택도시보증공사 또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보증서를 담보로 취급된 은행 재원 전세자금 대출을 이용 중인 자’로 한정돼 있다. 정부는 SGI서울보증 가입자도 대환이 가능하도록 협의에 나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출을 취급하는 전국의 모든 은행과 관련이 있고, 내규를 바꿔야 하는 문제도 있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빨리 해결해 취약 차주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