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하니 존재감 뚜렷…‘갤럭시 S FE’ 부활할까

입력 2023-03-10 04:05

삼성전자가 단종한 ‘갤럭시 S FE’의 부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라인업에서 ‘보급형 프리미엄’를 담당할 제품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반기에 갤럭시 S23 FE(가칭)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보급형과 프리미엄 라인업 사이의 큰 가격 격차다. 삼성전자는 10만원대 초저가부터 200만원대 초(超)프리미엄까지 촘촘한 스마트폰 제품군 전략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보급형 라인업의 최상위 기종인 A7 시리즈를 내놓지 않았다. 여기에다 S23 시리즈는 한국 유럽에서 인상한 가격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두 제품의 틈을 메울 ‘중간’(보급형 프리미엄 제품)이 하나쯤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가격에 예민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통신사 쪽에서 보급형 프리미엄 제품이 필요하다고 삼성전자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고가 많이 쌓여 있다는 점도 FE 부활에 힘을 싣는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DX부문 재고는 20조1900억원에 달한다. FE는 기존에 있는 부품을 조합해 만들 수 있다. 창고에 쌓인 부품 재고를 소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삼성전자는 S23 FE 출시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S23 FE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퀄컴 스냅드래곤8 플러스 1세대를 사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스펙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삼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S23 시리즈에 스냅드래곤8 2세대를 탑재했기 때문에 S23 FE가 S23 시리즈 판매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적다. 높은 사양을 원하는 사용자는 S23, 합리적 성능에 가격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용자는 S23 FE를 선택하면 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0, S21을 출시했을 때 각각 S20 FE, S21 FE(사진)를 선보였다. AP 같은 핵심 사양을 유지하면서 일부 사양을 낮춘 게 특징이었다. S20 FE는 출시 한 달 만에 2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었다. 다만 후속작인 S21 FE의 경우 뜨뜻미지근했다. 삼성전자는 S22 공개를 한 달 앞둔 지난해 1월 ‘CES 2022’에서 S21 FE를 선보였다.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출시 시기가 밀렸고, S22 마케팅에 집중하느라 S21 FE의 흥행은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어 삼성전자가 지난해 S22 FE를 내놓지 않으면서 FE 라인업을 단종하는 수순을 밟았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