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는 ‘생성형 AI’ 설 곳 잃는 ‘음성비서’

입력 2023-03-10 04:04
아마존의 음성비서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는 에코닷 스피커. 아마존 제공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급부상하면서 알렉사·시리 등의 음성비서 서비스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음성비서 서비스는 출시한 지 수년이 지났는데도 성능이 제자리걸음이다. 반면 챗GPT는 단번에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음성비서에도 생성형 AI를 접목하면 새로운 기회가 생긴다는 기대감도 있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차세대 대세로 떠오르면서 이전에 큰 흐름을 형성했던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의 음성비서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음성비서 서비스에 대해 “바위처럼 멍청하다”고 비판했다. 나델라 CEO는 2016년 음성비서를 극찬했으나 말을 바꾼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시리 공동 개발자인 아담 체이어는 “복잡한 명령어를 이해하는 챗GPT의 능력 때문에 기존 음성비서가 상대적으로 멍청해 보였다”고 했다.

음성비서가 새로운 수익원이 되지 못하는 점도 열기가 식어가는 원인으로 꼽한다. 음성비서 서비스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아마존 알렉사도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말에 ‘알렉사 팀’을 대상으로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 알렉사 팀의 한 직원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 한다는 게 임원진의 요구”라고 전했다.

아마존에 따르면 알렉사 이용은 30% 이상 증가했고, 알렉사 고객의 50% 이상이 쇼핑에 알렉사를 이용하고 있다. 알렉사가 외형으로는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알렉사 서비스 전반을 관장하는 ‘월드와이드 디지털’ 사업부는 지난해 1분기에만 30억 달러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대부분 알렉사 기기와 관련해 손실이 발생했다.

그러나 음성비서가 생성형 AI와 만나면 ‘부활’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AI가 문자, 음성, 시각 등 다양한 인터페이스로 정보를 주고받는 ‘멀티 모달’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음성 인식 분야에서도 큰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체이어는 “생성형 AI 기술은 이전 세대 음성비서에 없었던 유연성과 복잡성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 기술은 음성비서를 원래의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