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 용주면 월평리 인근 해발 450m 야산에서 대형 산불이 나 올해 첫 ‘산불 3단계’가 발령됐다. 산림청은 8일 오후 5시30분을 기점으로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산불재난 국가위기 경보를 합천에 한해 주불 진화 시까지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소방청도 오후 1시49분 화재 신고를 접수한 뒤 총력 진화에 나섰다. 소방인력 693명과 헬기 19대를 포함한 장비 79대가 동원됐다. 그러나 현장 풍속이 초속 4m, 순간 최고 풍속이 초속 12m에 달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건조주의보가 발효됐을 정도로 대지가 메말랐던 데다 강한 바람이 불면서 순식간에 불이 번졌다. 산림청 관계자는 “화재 신고 접수 이후 10분 정도 만에 헬기가 도착했는데, 이미 그때 30㏊ 이상 불에 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오후 9시 기준 진화율은 50%다. 인근 6개 마을 주민 214명이 대피했으며 산불 영향 구역은 약 162㏊, 화선은 3.5㎞로 추정된다. 일몰 직후인 오후 6시30분쯤 진화 헬기가 철수하면서 진화 작업이 더뎌졌다. 산림·소방당국은 새벽 야간 산불 확산을 막기 위해 열화상 드론과 고성능 진화 차량 등 장비를 총동원했다. 진화 인력도 화선과 인근 마을 주변에 830여명이 투입됐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연기와 안개 등 큰 변수가 없으면 9일 오전 큰불이 잡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림당국은 진화가 완료되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 60대 주민은 “오후 2시부터 흰 연기가 올라오더니 폭탄이 터진 것처럼 큰 봉우리가 발생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다른 80대 주민은 “온종일 마을에 뿌연 연기가 가라앉았고 메케한 냄새가 지독했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산림청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국방부, 소방청 등 관계 부처가 협력체계를 가동하라”며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조기 진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합천=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