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 승리로 尹心 장악력 확인… 金 “똘똘 뭉쳐 총선 압승”

입력 2023-03-09 04:0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린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당선자들이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조수진·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당대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 최현규 기자

친윤(친윤석열)계의 지지를 일방적으로 받았던 김기현 의원이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것은 ‘안정적인 당정 관계’에 대한 당원들의 열망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김 의원은 52.93%의 득표율로 차기 당대표로 선출됐다. 김 신임 대표가 이날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했을 경우 국민의힘은 결선투표를 진행해 오는 12일 새 당대표를 뽑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 의원은 ‘1차전’ 성격이 짙었던 전당대회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것이다. 국민의힘 ‘당심(黨心)’은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지도부로 ‘윤심(尹心)’을 얻은 김 대표를 택한 것이다.

김 대표는 8일 수락연설에서 “(국민은) 물가 문제, 집값 문제, 규제·개혁 문제, 일자리 문제, 그리고 노동개혁·연금개혁·교육개혁과 같은 이 개혁적 과제를 이루라고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유능한 정당, 일하는 정당을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에게 과반 이상의 표가 쏠린 것을 두고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선 안 된다”는 당원들의 바람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재선의원은 “당의 안정적인 개혁을 바라는 마음이 과반 투표로 나타났다”며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기보다 안정적으로 당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선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와 대통령실의 마찰이 당원들에게는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며 “당원들은 정부와 여당이 발맞춰 함께 가길 바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심의 당 장악력이 높아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초반부터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한 초선의원은 “친윤을 대표해 출마한 김 의원이 1차에서 과반을 달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안정 궤도에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친윤계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원내대표를 맡았던 경험이 있어 야당과 꼬인 실타래를 잘 풀어낼 것이란 기대감도 표심에 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 앞에 비단길만 깔린 것은 아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틀어진 내관계 복원이 숙제로 남았다. 특히 김 대표를 둘러싼 ‘울산 KTX 연결도로 시세차익’ 의혹이 계속 발목 잡을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경찰에 직접 수사를 요청하면서 역공을 가했다. 그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얼마든지 수사하고 조사하고 다하면 될 것”이라며 “불법은 없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막바지에는 대통령실 행정관이 전당대회 기간 김 대표를 지지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상대 후보들의 사퇴 요구에 맞서야 했다.

야당과의 협치는 김 대표의 숙제다. 김 대표는 “가능하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야당 지도부를 만나 의견을 구하고 여야 협치 속에서 민생 살리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호흡을 맞출 최고위원에는 김재원(17.55%) 김병민(16.10%) 조수진(13.18%) 태영호(13.11%) 후보가 선출됐다. 선출직 최고위원 4명이 모두 친윤계로 꾸려지면서 당 지도부는 안정성을 확보하게 됐다. 청년최고위원도 친윤계인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선출됐다.

‘이준석 사단’으로 출마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는 ‘친윤 조직표’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전원 탈락했다.

박민지 박성영 기자 pmj@kmib.co.kr